
리디가 웹툰·웹소설 지적재산권(IP) 강화를 위해 세웠던 자회사 ‘오렌지디’의 문을 닫는다. 웹툰·웹소설 시장 환경 악화와 누적된 적자로 인한 선택이다.
20일 <바이라인네트워크> 취재 결과 오렌지디는 지난 18일 파트너사와 작가들에게 “2025년 2월 28일자로 진행 중인 사업을 정리하게 되었다”며 “오렌지디에서 계약 중인 모든 콘텐츠의 계약은 모회사인 리디로 이관, 서비스와 판매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리디는 지난 2020년, 회사가 100% 지분을 가진 종합 콘텐츠 제공업체(CP) 오렌지디를 설립했다. 2020년은 리디가 웹툰 사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하던 해로, 그해 11월 글로벌 웹툰 플랫폼인 ‘만타’의 문을 열기도 했다. 오리지널 IP와 인기 웹툰 수급, IP 비즈니스 확대를 주도할 CP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오렌지디는 그간 ‘마귀’ ‘한양다이어리’ ‘퇴사를 요청합니다’ ‘흑막 용을 키우게 되었다’ ‘위험한 편의점’ 등의 웹툰을 리디에 공급해왔다. IP의 영상화 사업을 추진했는데, 웹툰 ‘시멘틱 에러’의 영상화 세일즈를 진행해 국내 OTT 플랫폼 왓챠에서 이를 드라마화 했다. 웹툰이나 웹소설이 아닌 종이책 단행본도 출간했다.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알랭 드 보통의 근간 ‘사유식탁’과 ‘현대사회 생존법’ 등이 오렌지디에서 나왔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종료 후 웹툰·웹소설을 비롯해 전반적인 IP 산업이 주춤하면서 오렌지디도 경영난을 겪었다. 리디 측 관계자는 “사업 확장에 지속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자를 지속하는 자회사에 계속해 지원을 이어가는 것이 힘들다고 봤다”며 “오렌지디가 그간 자생을 위해 사업 구조 조정을 진행하는 등 노력해왔으나 지금으로서는 사업의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렌지디의 경우 자회사라는 한계로 리디에만 작품을 공급해야 했다는 것도 재정난이 커진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웹툰 이용자의 3.6% 만이 우선해 찾는 웹툰 플랫폼 1~3위 안에 리디가 든다고 꼽았다. 이 시장의 절대 강자는 네이버웹툰으로, 점유율 87.1%를 기록했다.
리디는 향후 새로운 성장 동력 카드로 숏폼에 집중할 전망이다. 리디 내부에서 숏폼 플랫폼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리고 자체 IP를 활용한 숏폼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숏폼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실에서 콘텐츠 기업이 밟게 되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대형 플랫폼에서 숏폼을 주력으로 밀고 있고,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도 숏폼 드라마가 이미 성숙기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 숏폼의 비즈니스 모델도 개별 결제나 구독에서 광고 시청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 등은 리디를 비롯해 새로 숏폼 비즈니스에 뛰어들려는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일 것으로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