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음식, 때묻지 않은 자연
하코다테·아오모리 소도시 여행기

일본 소도시 여행이 인기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역사가 만들어낸 전통 건축물, 때 묻지 않은 자연 풍경, 신선함으로 무장한 로컬 음식까지 소도시 여행이 선사하는 낭만은 끝이 없다. 어디로 떠나야 할지 모르겠다면 쓰가루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하코다테와 아오모리부터 시작해보자.

■ 이국적인 풍경 그리고 야경
일본 홋카이도 서남부에 자리한 하코다테는 시즈오카현 시모다와 함께 ‘일본 최초의 개항장’으로 알려져 있다. 1854년 ‘미·일 화친조약’에 따라 문호를 개방한 이후 유럽과 미국 선원들이 밀려드는 핵심 항구가 됐다.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이 곳곳에서 목격되는 이유다.
특히 ‘붉은 벽돌의 창고’라는 의미의 가네모리 아카렌가 소코는 하코다테가 교역항으로 번성했던 시절을 보여주는 대표적 유산이다. 항구 창고로 사용되던 이곳은 현재 기념품과 유리공예품 등을 취급하는 상점들과 맛집으로 탈바꿈했다. 해변을 따라 늘어서 있는 건물들은 어느 방향에서 찍어도 한 폭의 그림 같다.

가네모리 아카렌가 소코가 있는 베이 구역에서 10분 정도 산책하듯 걷다 보면 모토마치에 도착한다. 옛 영국 영사관, 프랑스 가톨릭 성당인 모토마치 성당 등 유럽식 건축물들이 밀집된 이곳은 개항과 함께 형성된 마을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하치만자카 언덕은 모토마치의 하이라이트다. 파스텔 색조의 마을과 바다, 하늘이 금방이라도 화면 밖으로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도 광고나 영화 촬영지로 종종 이용된다고 한다.

☞ 짧고 굵게 올라 감상하는 ‘세계 3대 야경’
더 멀리, 높게 하코다테의 풍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하코다테산 전망대로 향해봐도 좋겠다. 지상에서 정상까지 로프웨이로 3분이면 충분하다.
‘세계 3대 야경지’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밤 풍경까지 한 번에 담고 싶다면 해 질 녘 시간대를 추천한다. 항구를 수놓은 일루미네이션과 검푸른 바다에서 불을 밝힌 오징어잡이 배들, 주변의 옛 교회들이 저마다 조명을 쏘아내며 장관을 이룬다. 계절마다 더해지는 벚꽃, 신록, 단풍, 함박눈의 낭만도 빼놓을 수 없다.

■ 활어처럼 활력 넘치는 아침 시장
하코다테의 시계는 아침에도 바쁘다. 하코다테 기차역 주변 아침 시장 식당은 여행자들에게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찐’ 로컬 맛집이다. 약 250개 점포에서 생선과 건어물, 채소와 과일 등 먹거리를 판매한다. 연어알과 생선회를 비롯한 해산물을 얹은 가이센동, 오징어를 얇게 채 썬 오징어소면이 유명하다. 정겨움은 덤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면 하코다테의 또 다른 명소이자 에도 시대 말기에 세워진 요새, 고료카쿠로 향할 차례다. 모토마치 거리가 ‘서구화의 산실’이라면 고료카쿠는 ‘사무라이 시대의 끝’을 상징하는 유적지다. 별 모양으로 배치된 보루를 온전하게 둘러보기 위해서는 공원 맞은편의 고료카쿠 타워에 올라야 한다. 도쿄돔 약 5배에 이르는 25만1000㎡의 면적이 정교하게 다듬어진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난다.
☞ 해저터널에서 즐기는 식도락
하코다테에서 아오모리로 이동할 땐 신칸센 하야부사를 타고 세이칸 해저터널을 건너는 것을 추천한다. 일본 본토인 혼슈의 아오모리와 바다 밑으로 연결되는 해저터널은 공사 개시 후 27년 만인 1988년 정식 개통됐다. 2016년 스위스의 고트하르트 베이스 터널이 운영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긴 터널’로 불렸다. 길이가 무색하게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하코다테역에서 구입한 에키벤 도시락을 먹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빚어낸 아오모리
일본에서 가장 큰 섬 혼슈 최북단에 있는 아오모리현은 ‘일본에서 가장 편안한 도시’이자 ‘천혜의 자연이 빚어낸 청정 도시’로 불린다. 또한 일본 전체 사과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사과의 도시’이며, 5월 초까지 눈이 내려 벚꽃을 감상하며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설경의 도시’이기도 하다.
도와다하치만타이 국립공원은 아오모리의 뜻이 왜 ‘푸른 숲’인지 실감하게 하는 곳이다. 도와다호에서 흘러나오는 강을 따라 14㎞가량 이어지는 오이라세 계류에서는 가쓰라나 너도밤나무 같은 수목과 300여종의 이끼로 뒤덮여 ‘청정의 정석’을 경험할 수 있다. 정상의 호수가 댐 역할을 하고 있어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범람하는 일이 없고 1년 내내 일정량의 물이 흐른다고 한다.

크고 작은 폭포와 웅장한 암벽들은 겨울이면 혹한의 추위에 물이 흐르는 모양 그대로 얼어붙은 ‘얼음기둥’으로 변신한다. 자연이 만들어낸 빙설의 조형미와 신비로움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언제 와도 좋다’는 호텔 직원의 말이 괜한 말은 아닌 듯싶다.
사람과 차량이 지나가는 길을 정비하는 일 외엔 손을 대지 않아 ‘날것’에 가깝지만 저마다의 속도로 걷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힐링 코스다. 겨울철 야간에 폭포를 탐험하는 ‘빙폭 라이트 업 투어’도 대형 LED 등을 실은 이동식 조명 차를 활용한다.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얼음폭포를 감상하기 위함이다.
☞ 계류에서 ‘인생샷’ 남기는 법
공원 내 위치한 호시노 리조트 오이라세 계류는 투숙객을 대상으로 계류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행되며 사미다레노나가레 급류, 이시케도, 아슈라노나가레 급류 등을 둘러보는 코스다. 중간 하차 지점에서 계류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고 싶다면 셔터 스피드를 조절해볼 것. 계류의 시냇물이 마치 안개처럼 몽환적으로 묘사되는 이색 사진을 찍을 수 있다.

■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는 예술
아오모리를 현지인처럼 즐기는 방법은 축제에 함께하는 것이다. 8월 초 열리는 ‘네부타 마쓰리’는 일본 중요무형민속문화재로, 매년 300만명이 찾는 민속 행사다. 가을 수확 전에 일을 방해하는 졸음을 쫓고자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등과 인형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거대한 수레인 네부타를 밀며 거리를 행진하는 풍경이 생경하면서도 유쾌하다.
상시 축제의 흥을 즐기고 싶다면 미사와에 있는 아오모리야 바이 호시노 리조트를 제안한다. 이곳에서는 네부타 축제를 테마로 한 콘셉트 사우나를 운영 중이다. 또한 긴 겨울을 견디고 봄이 오는 것을 기뻐하며 여름 축제를 향한 열정을 폭발시키는 아오모리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한 쇼 ‘네부리나가시 등롱’이 매일 밤 펼쳐진다. 일본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무방하다. 다양한 표정의 무사와 동물, 요괴 모습의 형상을 태운 수레, 직원들의 열연만으로도 빠져들기엔 충분하다.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뜻밖의 장소도 있다. 도와다 현대미술관이다.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것 같은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반기는 최정화 작가의 ‘Flower Horse’부터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나라 요시토모와 판화가 무나카타 시코 등 다채로운 작품으로 가득하다. 미술관 맞은편에는 거장 구사마 야요이 작품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으니 놓치지 말 것.

☞ JR보다 저렴하게 ‘가성비’ 항공편
일본항공은 일본 소도시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을 위한 간편하고 저렴한 요금제인 ‘JAL 저팬 익스플로러 패스’를 운영 중이다. 일본항공 국내선과 연계해 30여개 지방 도시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기획된 특별 요금제다. 타사 항공권으로 인천 또는 김포, 부산에서 출발해 일본에 도착한 승객도 이용할 수 있다. 단, 일본항공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결제를 완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