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탄생지, 테오티우아칸

2025-03-30

콜럼버스 이전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도시는 테오티우아칸이었다. 1세기에서 7세기까지 이 도시는 13만 인구가 거주해 당시 세계 5위권에 달했다. 도시가 소멸하고 700년 후, 아즈텍 사람들이 ‘신들의 탄생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록이 전혀 없어서 어느 종족이 건설했고 어떤 이유로 멸망했는지 밝혀진 바가 없다.

멕시코시티 북쪽, 83㎢에 펼쳐진 광대한 유적지로 수천 점의 건축 유적들이 산재한다. 도시의 중심지는 2㎞ 길이의 ‘사자(死者)의 길’이다. 폭 45m의 넓은 도로가 남북으로 뻗었고, 그 정점에 ‘달의 피라미드’(사진)가 도시의 주인공으로 자리했다. 43m 높이의 이 피라미드 앞에 8개의 계단식 제단이 둘러싼 중앙 광장이 있다. 사자의 길 동쪽에 높이 65m의 더 거대한 ‘해의 피라미드’가 위치한다. 무덤인 이집트 피라미드와 달리, 메소아메리카의 피라미드는 거대한 제단이며 신전이었다. 발굴 조사 결과, 피라미드의 기단부에서 제물로 바쳐진 사람·뱀·고양이 등 유골을 다수 발견했다. 정상부 제단을 향한 의례용 계단을 만들기 위해 피라미드는 7층 계단식으로 쌓았다.

두 피라미드 사이에는 사제의 궁전으로 추정되는 건물지가 있고, 사자의 길 좌우로 경기장 등 공공시설과 귀족들의 주거지가 펼쳐진다. 사자의 길 중간부 좌우로는 중산층의 주거지가, 더 아래쪽에는 노동 계층의 주택지가 남아있다. 멀리 높은 산을 배경으로 달의 신전은 남북축을, 해의 신전은 동서축을 형성했다. 우주론적 질서가 도시의 골격을 이루고, 사회 계층적 질서가 도시의 살을 채웠다.

도시 입구에 성채로 둘려진 ‘깃털 달린 뱀 신전’이 자리했다. ‘케찰코아틀’이라는 이름의 이 지혜의 신은 농업의 신인 ‘틀랄록’과 함께 후대 아즈텍문명과 마야문명의 주신이 되었다. 이 도시에 남겨진 신전 건축과 장식 예술 역시 후대 문명의 모태가 되었다. 테오티우아칸은 신들뿐 아니라 메소아메리카의 모든 문화와 문명의 탄생지였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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