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사상 첫 1박2일 VCM'···경영위기 속 고강도 쇄신책 모색

2025-07-16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1박 2일 일정의 '2025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사장단 회의)을 단행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초강수에 나섰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신동빈 회장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며 임원단에 실행력 강화와 핵심 사업 경쟁력 제고를 주문했다.

경영환경 악화, 사상 첫 '합숙 회의'로 돌파구 모색

롯데그룹은 16일부터 17일까지 경기도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에서 80여명의 주요 임원단이 참석한 가운데 하반기 VCM을 진행했다. 기존 하루 일정의 형식을 깨고 1박 2일로 확대된 이번 회의는, 외부인 출입이 전면 통제된 채 내부 숙박과 식사까지 합숙 형태로 진행돼, 사안의 심각성과 위기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와 상반기 VCM 등에서 반복적으로 "혁신 없이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고강도 쇄신을 예고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도 "구호가 아닌 실제 실행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임원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별로 부진한 사업에 대한 '실천 가능한 성과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화학·유통·식품 전방위 부진···수익성 저하와 신용등급 하락

롯데그룹의 위기감은 각 계열사의 실적과 재무지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력 캐시카우였던 롯데케미칼은 2022년 이후 1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2조1310억원에 달했고, 올해 2분기에도 1000억원대 적자가 점쳐진다. 이 여파로 3대 신용평가사는 6월 말 롯데케미칼, 롯데지주, 롯데렌탈, 롯데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유통·식품 부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롯데쇼핑의 올해 1분기 롯데마트 영업이익은 67억원(전년 동기 대비 73.5%↓), 롯데슈퍼 영업이익은 73.3% 줄었고, 롯데칠성음료(1분기 영업이익 250억원, -31.9%), 롯데웰푸드(1분기 영업이익 164억원, -56.1%) 등도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마트, 슈퍼, 하이마트, 홈쇼핑 등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룹의 자구 노력도 가속화됐다. 지난해 말부터 롯데렌탈 지분 56.2% 매각(1조6000억원), 롯데헬스케어 청산, ATM사업·제빵공장 등 비핵심자산 정리, 인력 구조조정(임원 22% 퇴임) 등이 속도를 내고 있다.

'실행' 없는 위기의식으론 한계···중장기 사업재편, 신성장 전략 분수령

전문가들은 이번 1박2일 VCM을 롯데그룹 위기 국면의 '분수령'으로 평가한다. 신동빈 회장이 반복된 위기 경고에도 실질적 변화가 부족했다는 자성에 따라, "구체적 수치와 실행계획을 제시하라"는 주문이 직접적으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화학 부문 사업구조 재편 ▲내수 중심 유통·식품의 해외사업 확대 ▲신성장동력(AI, 바이오 등) 투자 ▲비핵심 자산 정리와 재무구조 개선 등 대대적 체질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의 해외 프로젝트, 롯데온 구조개편, 점포 효율화 등 각 계열사의 구체적 실행안과 투자계획이 냉정하게 평가될 전망이다.

이종우 아주대 교수는 "단순한 위기의식 공유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며 "실제 행동과 결과로 설득력을 보여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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