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베네수엘라로 돌아가려 하나[페트로-일렉트로]

2026-01-06

※석유(Petro)에서 전기(Electro)까지. 에너지는 경제와 산업, 국제 정세와 기후변화 대응을 파악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기사 하단에 있는 [조양준의 페트로-일렉트로] 연재 구독을 누르시면 에너지로 이해하는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한 국가의 현직 대통령이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체포돼 미국으로 끌려간 사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확고한 결의’ 작전은 대상인 베네수엘라는 물론 전 세계를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 놨습니다. 이 사태가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진행될지,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에너지 분야 역시 사태의 추이를 주목하고 있는데요. 베네수엘라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연료 중심 정책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마두로 체포, 결국 ‘원유 확보’가 목적

마두로 체포 작전의 가장 큰 배경에 베네수엘라의 원유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를 굳이 숨기지 않고 있죠.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뒤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 석유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베네수엘라에 투자해 엉망이 된 석유 인프라를 정비하고 이 나라에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고요. 다음 날에는 “베네수엘라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석유 자원과 기반 시설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생산해 이를 베네수엘라 국가 재건에 쓰겠다'는 설명이지만, 결국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 자원을 ‘점령’하겠다는 선언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미국은 왜 이 시점에서 베네수엘라 원유를 탐내는 것인가. 미국 석유 역사에서 베네수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꽤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대표적인 석유사이자 세계 최대 오일 메이저인 엑슨모빌은 20세기 초중반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이후 자원 민족주의의 대두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1976년 석유 산업을 국유화하면서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사이가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고, 2007년 우고 차베스 정권이 외국 기업 지분을 40% 이하로 제한하는 재국유화 선언을 하면서 셰브론 등 미국 석유사 일부만 베네수엘라에 남게 되고 나머지는 철수를 결정하죠. 그리고 2019년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제재를 가하면서 베네수엘라 원유와 미국 간 관계 단절이 시작됩니다. 이 때 미국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1기), 베네수엘라는 니콜라스 마두로입니다.

‘20세기 영광이여, 다시 한 번(?)’

미국은 셰일 혁명으로 인해 이미 세계 최대 원유 채굴(생산)국입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약 1350만~1380만 배럴입니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유 하면 떠오르는 나라들을 2018년이 이미 제쳤죠. 그런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에 다시 손을 뻗으려 하는 것은 베네수엘라 원유가 무거운 중(重)질유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의 셰일 오일은 경질유로 분류가 되는데요. 즉 미국이 충분한 수준으로 원유 자급자족이 가능해졌지만 경질유에 국한된다는 한계가 있는 것이죠. 중질유만 놓고 보면 미국은 여전히 원유를 외국에서 수입해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베네수엘라라는 중질유 공급선을 잃은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 등으로 수입선을 돌렸습니다.

또 미국 전역의 정유 시설 45% 가량이 몰려 있는 걸프만 정유소는 중질유 처리에 최적화돼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석유 생산 설비는 풍족한 경질유에 맞지 않다는 것이죠. 즉 미국 정유 산업이 중남미 원유를 수입해 사용했던 20세기 과거에 머물러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네요. 영국 가디언은 “미국 내 정유소 다수가 중질유에 적합한 구조인 만큼, 베네수엘라 중질유 확보는 트럼프의 미국 산업 부흥과 저유가 정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자니브 샤 부사장은 “베네수엘라 원유는 미국 정유사 입장에서는 가장 이상적”이라며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근접하다는 지리적 이점 역시 크다”고 가디언에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원유 증산을 계속 압박하는 배경 역시 미국의 원유 포트폴리오 쏠림(경질유는 넘치지만, 중질유는 귀하다)과 관련이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OPEC의 창설 멤버이자, 비(非) OPEC까지 아우른 OPEC+의 핵심 구성원이기도 하죠. 무엇보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원유 매장량의 최대 19%를 차지한 매장량 세계 1위(약 3030억 배럴) 국가입니다. 베네수엘라 중질유 장악은 원유 공급을 외국에 의해 휘둘릴 우려를 크게 떨어뜨리는, 즉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방안인 셈입니다. 미국을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지배국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야심에 베네수엘라 원유가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화석연료에 대한 트럼프의 ‘집착’

여기까지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일 것이고요, 이제 그 구상이 정말 현실화할 수 있는지가 앞으로 관건이겠죠. 일단 외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꿈은 알겠지만 해결해야 할 난제가 쌓여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이 정점을 찍었던 1970년대 수준으로 되돌리려면 셰브론과 엑슨모빌, 코노코필립 등 기업들이 향후 10년 동안 매년 약 100억 달러(약 14조 4470억 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1974년 약400만 배럴에 이르렀던 베네수엘라 하루 원유 생산량은 현재 100만 배럴로 크게 줄었습니다. 원래 있던 인프라도 오랜 기간 방치 상태에 놓여있었고, 화재와 절도 등으로 손상된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궁금증은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렇게 화석 연료에 집착하나’가 아닐까 하는데요. 에너지 비용을 낮춰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고, 미국의 기준금리를 낮추는 거시 환경을 조성하는 등 그의 정치적·정책적 의도는 알겠지만, 화석연료 확대'만' 강조하는 나라는 이제 주요국 가운데 미국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베네수엘라 사태의 추이를 계속 주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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