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청각장애인에게 면접시 대필 지원 안 한 공기업···인권침해”

채용시험 면접 전형에 응시한 청각장애인에게 대필 지원 등의 편의제공을 하지 않은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18일 장애인 응시자가 다른 응시자와 동등한 조건에서 채용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장애 유형별 응시자 면접시험 편의 제공 내용을 추가하는 등 대책을 수립하라고 A공사에 권고했다.

진정인 B씨는 지난해 A공사의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장애인 전형 차량 직종(철도 차량 정비 검수 등 현장직) 필기 전형에 합격했다. 그는 A공사에 면접 전형을 위한 대필 지원 등의 편의 제공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해 이후 전형에 참석하지 않았다.

B씨는 보청기를 착용하는 청각장애인으로, 구화(입모양을 읽어 소통하는 것)로 비장애인과 대화하지만 말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면접 전형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대필 지원을 요청했다. B씨는 앞서 차량 직종에 필요한 전기·전자·승강기 자격증 등을 취득했으며 필기 전형에도 합격했다.

A공사는 “대필 지원과 도우미 등의 편의 제공은 불가하지만 면접위원과의 간격 조정, 면접위원 전원에 청각장애인 응시자 관련 사전교육 등을 실시해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안내를 했으나 B씨가 참석하지 않아 결시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8조에 따라 지방공사는 장애인 응시자에 대하여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A공사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봤다. 인권위는 “면접위원과 응시자 간의 간격을 조정하고 면접위원이 크고 명확하게 질의하게 하는 것은 B씨가 가진 장애 정도에 비춰 볼 때 질의 내용을 명확히 파악해 의사 발표와 답변 등을 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인권위는 “A공사는 B씨가 비장애인 응시자와 동등하게 채용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응시자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을 고려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A공사는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8조에 장애인 응시자에 대한 편의제공 의무 대상기관에 장애인고용법에 규정된 장애인 의무 고용 대상사업체인 지방공사·지방공단이 포함돼 있지 않아 이 사건과 같이 채용시험에서 장애 특성을 고려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소홀히 취급할 수 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해당 시행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