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밥상 문간'을 이어 받아
미국에서 활동하던 최운형 목사가 운영
팍팍한 살림, 힘드시죠. 얇은 지갑이 걱정이시라구요.
그래서 대신 찾아봤습니다. 가성비 좋은 맛집, 제품을 소개하는 ‘비쌀 이유 없잖아요!’
지난 20일 오후 1시40분쯤 서울 은평구 연신내에 위치한 ‘따뜻한 밥상’. 점심시간이 끝날 때인데도 식당 안은 고객들로 가득했다. ‘따뜻한 밥상’은 ‘3000원 김치찌개’가 단일 메뉴다.
시중 분식점에서 4000~5000원대 판매하는 김밥 또는 라면 값 보다 저렴하다. 그래서일까. 20평 남짓한 식당에는 평소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고 한다.
취업준비생 임모(28)씨는 “김밥 한 줄도 3000원이 넘는데 이곳에선 따뜻하게 밥과 찌개를 3000원에 먹을 수 있다”며 “가격 부담이 없어 하루에 두 끼를 해결할 때도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인근 시장에서 배달일을 하는 김모(54)씨는 “한 끼에 1만원 안팎 하는 밥값이 부담스러워 매일 11시쯤 와서 ‘아점’을 먹는다”며 “셸프로 운영돼 밥과 반찬을 가득 담아 맘껏 먹을 수 있다”고 만족해했다.
‘3000원 김치찌개’ 맛은 어떨까.
김치찌개에는 볶은 김치와 돼지고기 뒷다리, 떡국 떡, 두부 등이 들어간다. 공기밥은 무한리필로 제공된다. 여기에 계란후라이 (500원), 라면사리 (500원), 김 (500원)을 추가하면 더욱 푸짐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2018년 문을 연 ‘따뜻한 밥상’은 올해로 9년째 ‘3000원 김치찌개’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분식집에서 10여 년전 1500~2500원대에 판매하던 김밥과 라면은 현재 두 배가 오른 4000~5000대에 판매한다. 당시 5000원대인 김치찌개는 7000~8000원은 줘야 먹을 수 있다.
‘따뜻한 밥상’을 운영하는 최운형 목사는 “앞으로도 김치찌개를 3000원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가 ‘3000원 김치찌개’를 팔기 시작한 건 30대 중반이다. 당시 미국으로 건너가 목사로 활동하던 최 목사는 이문수 신부가 배고픈 청년들을 위해 김치찌개를 3000원에 판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신부는 2015년 고시원에서 생활하다 굶어 죽은 한 청년의 소식을 듣고 ‘청년밥상 문간’을 열었다. 최 목사는 이곳에서 식당 운영방식, 조리법 등을 배워 2018년에 ‘청년밥상 문간 2호점’을 연신내에 열었고, 2020년 상호를 ‘따뜻한 밥상’으로 바꿨다. 누구에게나 따뜻한 밥상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따뜻한 밥상’이 처음부터 사랑을 받은 것은 아니다. 30대 청년이 끓여주는 3000원짜리 김치찌개 맛이 오죽했을까. “맛이 없다”는 손님들의 지적이 빗발친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최 목사는 “김치를 볶았는데 손님이 없어서 이틀 정도 냉장고에 넣어뒀더니 숙성이 됐다”며 “숙성된 볶음김치로 김치찌개를 끓였더니 손님들의 반응이 180도 달라졌다”고 회고했다.
최 목사는 요리, 설거지, 재료 손질까지 직접한다. ‘3000원 김치찌개’ 단가를 맞추기 위해서는 직원을 쓸 수가 없어서다. 홀 서빙은 자원 봉사자가 도와준다.
최 목사는 “김치찌개만 팔면 100원 남는다”면서 “손님들이 (라면) 사리를 시켜야 이익이 남는 구조”라고 말했다.
글=윤성연·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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