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임상 3상을 생략할 수 있는 새로운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임상 1상에서 비교 분석 평가(CAA)를 통해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유사성을 입증하면 임상 3상에서 시행하던 비교 효능 연구(CES)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개발 비용과 기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고도의 임상 설계 역량이 필요해지는 만큼 대형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FDA는 29일(현지 시간) ‘바이오시밀러 개발 가속화’ 초안 지침을 공개했다. 지침에 따르면 앞으로 바이오시밀러는 생물학적·생화학적 분석을 통해 치료용 단백질의 기능을 모델링하고 임상 1상 단계에서 오리지널 제제와 유사하다는 점을 입증하면 CES를 생략할 수 있다. 다만 CAA 수행이 어렵거나 임상적으로 관련성이 낮은 국소 작용 제품의 경우 여전히 임상 3상을 거쳐야 한다.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로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입 문턱이 크게 낮아져 시장 진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상 1~3년의 시간과 2400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CES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2034년까지 약 118개의 바이오의약품 특허가 만료될 예정인 가운데 경제성 문제로 약 10%만 바이오시밀러가 개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는 “‘바이오시밀러 공백’을 막기 위해 시간·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초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의료비 절감을 위한 광범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며 “현재 승인된 바이오시밀러는 76개에 불과하지만 이상적으로는 이보다 몇 배는 더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티 맥커리 FDA 국장도 “그동안 관료적으로 이뤄진 전환 연구를 없앨 것”이라며 “최종 지침은 3~6개월 내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 FDA가 바이오시밀러 진입 문턱을 확 낮춤에 따라 셀트리온(068270),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기업들의 미국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올 1분기 기준 셀트리온과 삼성에피스는 미국에서 각각 10종의 바이오시밀러를 허가 받아 현지에서 가장 많은 허가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 가격 경쟁이 심화돼 안정적인 품질과 적시 공급이 가능한 회사들이 더 유리해질 것”이라며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험이 많은 대형사들 중심으로 시장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 전망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도 올 5월 “안전성만 주로 점검했던 임상 1상에서 유효성과 동일성까지 보겠다는 취지인 만큼 더 높은 개발 능력이 필요하다"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진입할 수 있는 회사는 전세계적으로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개발·제조·직접판매 능력을 모두 갖춘 셀트리온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준비 중인 바이오시밀러 3상 면제도 비슷한 시기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현재 FDA, 유럽의약품청(EMA)과 함께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서 바이오시밀러 임상 간소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식약처는 FDA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바이오시밀러 허가 경험을 갖고 있다. 식약처는 ICH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최대한 신속하게 국내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