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입자·양성자 치료, 최선 아닐수도”…과잉진료 줄이는 현명한 선택 6가지

2025-10-31

최첨단 암치료법인 중입자·양성자치료를 시행할 때 종양의 속성과 환자의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권고가 나왔다. 기존 방사선치료보다 부작용 위험이 적지만 개별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방사선치료 기법을 결정하려면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방사선종양학회는 의료계 원로들로 구성된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함께 암환자의 더 나은 삶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리스트를 발표했다.

현명한 선택은 미국 내과의사재단이 2012년부터 불필요한 검사나 처치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캠페인이다. 의사들이 환자에게 해가 되는 과잉 진료를 자발적으로 없애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적절한 의료 행위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다. 현재 캐나다, 영국, 호주 등 30개국 이상의 의학회를 통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의학한림원이 최초로 도입했고 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원을 받으며 본격화됐다. 방사선종양학회를 포함해 총 35개 학회가 참여 중이다. 이번 지침에는 입자 방사선치료를 항상 권고하진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해 암환자들을 위한 의료전문가들의 6가지 제안이 담겼다.

◇중입자·양성자, 만병통치 아니다=입자 방사선치료는 고에너지 입자를 사용해 종양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최신 암치료법이다. 양성자 치료기는 수소 원자의 핵인 양성자를, 중입자 치료기는 그보다 무거운 탄소 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발생한 에너지로 암세포를 파괴한다. 정상 조직은 최대한 보호하고 암 조직만 집중적으로 사멸하기 때문에 엑스선 등을 활용하는 기존 방사선치료보다 부작용이 적고 치료기간이 짧다. 난치암 환자들 사이에선 '꿈의 암 치료'라고도 불린다. 다만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질 않아 비용이 5000만 원 이상이어서 환자 부담이 크다. 국내에서는 연세암병원이 유일하게 중입자치료를 시행 중이다. 양성자 치료는 국립암센터·삼성서울병원 두 곳만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자 방사선치료는 환자 상태와 비용·효과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의미가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 방사선종양학회도 "현재 입자 방사선치료가 소아암, 척추 종양, 재발암 등 특정 암종에서 유망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려면 근거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부인암은 근접 방사선치료 우선=부인암의 근치적 목적으로 시행되는 근접 방사선 치료를 특별한 사유 없이 체외 방사선 치료로 대체해선 안된다는 제안도 포함됐다. 근접 방사선치료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종양에 매우 근접한 위치에 배치하기 때문에 종양에 높은 선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주변 정상 조직에 조사되는 방사선량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 체외 방사선 치료는 종양 부위에 고선량을 전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치료 횟수와 기간, 비용이 늘어난다. 무엇보다 근접 방사선치료를 대체할 만큼 효과가 뛰어나는 근거가 부족하고 독성도 높은 경향을 보였다. 박희철 대한방사선종양학회장은 “아무리 기술적으로 우수한 치료라도 모든 상황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증거”라며 “암의 특성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요하다면 전이암 환자도 방사선치료=그렇다고 모든 치료를 최소화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학회는 전이암 환자라도 뼈 전이에 따른 통증, 뇌 전이에 따른 신경학적 증상 등을 완화하기 위해 국소 방사선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삶의 질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전이암 환자에 대한 방사선치료의 임상적 효용성을 입증하는 근거도 쌓이고 있다. 하지만 기대 여명이 짧은 쇠약한 환자나 거동이 불편해 여러 번 내원하기 어려운 환자에겐 방사선치료 횟수를 불필요하게 늘리지 말아야 한다.

이번 ‘현명한 선택’ 진료지침 제작을 주도한 김연실 진료지침위원장은 "고가의 최신 치료가 더 효과가 좋다거나 방사선치료에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현명한 선택 캠페인을 통해서 의료진과 환자가 서로 깊이 소통하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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