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한화는 110번 도루를 시도해 69번 성공했다. 최하위 키움(61개) 다음으로 도루 개수가 적었고, 성공률(0.627)은 꼴찌였다. 도루의 기본적인 목적은 한 베이스 더 가서 득점 확률을 높이는 데 있다. 상대 배터리의 볼배합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한화는 도루를 시도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6월 부임 후 한화에 ‘발야구 DNA’를 이식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과거 두산과 NC에서 ‘뛰는 야구’를 펼쳤던 김 감독은 “상대 배터리가 주자가 있을 때 언제든 뛸지 모른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력이 좋으면 도움이 되지만, 반드시 달리기가 빨라야만 도루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리드 폭과 출발 타이밍 등 상대 배터리와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김 감독은 “에스테반 플로리얼, 심우준, 이원석 등 다리가 빠른 선수도 있지만, 느려 보이는 김태연도 충분히 뛸 수 있는 다리를 갖고 있다”며 “센스를 갖춘 상태에서 상대 배터리가 신경을 안 쓸 때 뛰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2024시즌 종료 후 마무리캠프부터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까지 주루 강화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한 장진혁(14개)이 자유계약선수(FA) 엄상백의 보상선수로 이적(KT)했지만, 주루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며 기동력을 강화했다. 두 자릿수 도루는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한 자원들이다.
FA 계약을 통해 영입한 유격수 심우준은 KT 시절이던 2020년 도루왕(35개)에 올랐던 선수다. 새 외국인 외야수 플로리얼은 2022년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도루 39개를 기록했다. ‘검증된 주자’인 심우준은 “팀에서도 원하는 부분이다. 올해 도루왕에 도전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기존 선수들도 더 적극적인 주루로 득점 확률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이 “뛸 수 있다”며 직접 거론한 김태연은 “마음만 먹으면 20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느려 보여서 그런지 사인이 잘 안 나온다”고 웃으며 “도루는 결국 타이밍 싸움이다. 한 베이스 더 가면 팀에 도움이 되니까 항상 뛰고 싶다”고 말했다.
비시즌 햄스트링 강화 훈련을 중점적으로 한 이진영도 “주루와 수비는 기복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달리기에 자신이 있어서 도루에도 욕심이 난다”고 전했다.
이진영(2023년)과 김태연(2024년)은 모두 10홈런 이상을 기록한 적 있는 외야수들이다. 이들뿐 아니라 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선수들이 늘어나면, 한화도 더 역동적인 야구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