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단어 된 ‘배민 수수료’

2025-04-13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이 물음 하나로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국내 음식배달 시장을 장악했다. 2014년 배우 류승룡이 철가방을 들고 내달리던 광고는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 상고 시대 이름인 ‘배달’(倍達)에서 착안해 만든 브랜드명도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갔다. 조선 후기에 이미 냉면이나 해장국을 배달해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배달의 민족이라 불러도 억지는 아니다. 대한민국은 배달 천국이다. 한밤중이나 새벽, 한강 잔디밭부터 갯바위 낚시터까지 배달 안 되는 시공간을 찾기가 힘들다. 모바일 통신 덕에 위치 찾기가 쉬워진 데다, 곡예 운전을 감수하는 배달노동자들 덕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배달앱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꼭 그만큼 자영업자들은 여위어갔다. 배달앱이 독과점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수익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자영업자들이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포장 주문’마저 14일부턴 불가능해진다. 고객이 직접 음식을 찾아가는 포장 주문에도 배민이 6.8%의 중개 수수료를 물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포장은 점주가 하고, 가지러 가는 건 손님이 하는데 왜 배달 주문에 버금가는 수수료를 떼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주문 안내란에 ‘수수료’를 금지 단어로 설정해 업주들은 소비자들에게 사정을 알릴 수도 없다. ‘수.수.료’ ‘susu료’ 등 우회적인 단어들도 삭제당한다. 수수료를 수수료라고 부르지도 못하게 하니 업주들은 울화가 터질 수밖에 없다.

과거 아날로그 시절엔 전화번호부나 전단을 보고 전화로 음식을 주문했다. 배민은 이 전단을 대체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김봉진 배민 창업주가 전단을 주워 모으고 식당 주인들을 설득해 입점시켰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초기 배민은 점주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순기능이 컸으나 ‘슈퍼갑’이 된 지금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하청업자 신세다. 여기에 포장 수수료까지 떼겠다니 욕심이 한도 끝도 없다.

편리함에는 비용과 대가가 따른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부담이나 고통을 짊어지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배민의 횡포는 묵과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