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환절기가 돌아왔다. 특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 호흡기를 비롯한 각종 환절기성 감기 질환이 많이 발생한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한방 감기 처방들이 다양한 제형으로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쌍화탕과 갈근탕 그리고 소청룡탕이다. 이 처방들은 대중방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으로 잘 듣는 처방이다.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십신탕을 꼽고 싶다. 십신탕은 말 그대로 十神, 열 가지 신묘한 약재에 보조약으로 구성된 처방이다. 향부자, 자소엽, 승마, 적작약, 마황, 귤피, 갈근, 백지, 감초, 생강, 총백. 이렇게 약재만 나열되어 있으면 무슨 암호문 같다. 그래서 처방을 읽으려면 약재들을 기본 처방으로 묶어서 살펴봐야 한다.
십신탕은 승마갈근탕과 향소산이라는 두 처방이 큰 축을 이루고 여기에 마황, 천궁, 백지가 더해졌다. 승마갈근탕은 추위나 전염성 질병으로 인한 발열과 두통을 치료하고 피부병에도 응용할 수 있다. 향소산 또한 감기나 전염병의 초기에 발생하는 소화기 장애를 동반한 두통, 오한, 발열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마황은 빨대 모양으로 생겼는데, 마치 땀구멍에 빨대를 꽂은 듯한 역할을 하는데, 추위로 인해 땀구멍이 위축되어 열 발산이 안 될 때 땀구멍을 열어 열이 빠져나가게 한다. 그러므로 기육이 튼실한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약재이지만 기육이 약한 사람에게는 신중하게 처방해야 한다. 천궁은 혈을 보충해주는 사물탕의 구성 성분으로 몸의 기혈 순환을 돕는다. 백지는 한방의 대표적인 두통약이다. 이렇듯 십신탕은 추위나 전염성 질환으로 발생하는 두통 오한 발열 등을 다스리는 처방과 약재로 구성되어 있다.
십신탕의 쓰임을 정리하면 피부가 두터우며 체격이 건실한 사람이 감기 몸살, 두통, 오한 증상이 있을 때 쓸 수 있는 처방이다. 역사적으로 십신탕은 세종이 나라에 역병이 창궐했을 때 의원들과 의생들에게 십신탕을 처방하라고 명을 내린 처방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도록 액상형 제재가 나와서 보다 쉽게 십신탕을 만날 수 있다.
열 가지 신묘한 약재가 만나 신묘한 효능을 내는 십신탕이 열한 번째로 당신을 만나 더욱 신묘한 효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미선 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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