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침체와 부양책 다시 보기

2024-10-15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2월 ‘온 나라에 낙관적 분위기가 가득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어진 춘절(설) 연휴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예년보다 줄었다. 7개월 뒤 중추절(추석)에는 월병이 덜 팔렸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모바일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2년 7월 점심으로 10~12위안(1900~2300원)짜리 국수를 즐겨 먹던 이들은 지난 7월 7~9위안(1300~1700원)짜리 메뉴를 주로 시켰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 9월 말부터 “경제 운용에 일부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하고 부양책을 쏟아냈다.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추고 정책금리를 인하에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으며 부동산 구매 규제를 풀었다. 특별국채를 발행하고 내년도 예산 1000위안(19조원)을 앞당겨 쓰기로 했다. 그 결과 증시는 일단 부활했다.

중국의 뒤늦은 방향 전환에는 경직된 의사구조의 영향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 정부로서도 부양카드를 쉽게 꺼내기 어려운 배경은 있었다.

지난 6월 중국 매체 경제관찰보가 소개한 사례는 침체가 어디에서 왔는지에서부터 보여준다. 후난성 화이허의 50대 농민공 출신 건설노동자 천젠량은 펜데믹 전 매달 8000위안씩 벌면서 6000위안을 저축했다. 본인 노후비와 향후 아들 주택 구입비를 위해서였다. 1300위안은 어머니 양로원 비용으로 썼다. 올해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그는 일자리를 잃었다. 가족 모두의 미래가 불안해졌다.

중국인들은 저축을 많이 하고 소비를 적게 한다. 2023년 중국의 평균 가계 저축률은 35%에 달한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중은 41%이고, 민간소비 비중은 39%이다. 미국은 민간소비 비중이 67%이다. 불안한 노후가 높은 저축률의 배경이다. 중국은 1997년부터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전 국민 양로보험 제도를 도입했지만 도입이 늦은 만큼 수급액이 적다.

중국인들이 의지하는 것은 부동산이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중국은 위안화를 평가절상하며 버텼지만, 수출 실적 악화로 경제가 어려워졌다. 중국 정부는 1998년 개인이 부동산을 사고팔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홍콩의 부동산 판매 모델을 따랐다. 빚내서 집을 사고 가격상승으로 보전받는 방식이다. 지방정부도 세금 대신 부동산 판매 수익으로 재정을 충당하는 구조라 부동산 개발을 장려했다. 중국 경제는 다시 상승했고 수많은 부동산 부자들이 생겨났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4조 위안을 풀어 세계 자본주의를 구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당시 풀린 자금도 상당 부동산으로 향했다. 불평등 문제가 불거지고 가계·정부·민간 부채가 급증하며 경제 뇌관이 됐다. 현 중국 지도부는 2008년의 부양책을 실패작이라며 후회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본인이 살 집, 월세 수익으로 노후를 책임져줄 집, 자녀에게 물려줄 집. 이렇게 3채를 사는 것이 베이징 중산층의 삶의 모델이 됐다.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은퇴 후 어떻게 살 것인지는 현재 캄캄하다. 일부 젊은이들은 부양책 이후 주식에서 답을 찾고 있다.

중국은 지금의 침체에서는 탈출해야 하지만 과거 부동산 위주의 성장모델로 되돌아갈 수 없다. 어떤 부양책을 펼쳐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대부분 같은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증시와 부동산은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살림살이에 대한 불만은 높다. 이는 ‘트럼프 현상’이 극심해지는 모습으로도 나타난다. 중국의 방황은 세계 자본주의의 방황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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