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음식물 폐기물이 하루에 400㎏ 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이 급식대에 오르기도 전에 버려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급식 장부를 허위로 기재한 정황도 발견됐다. 내부 직원이 과다 발주 등이 의심된다며 해당 학교와 교육 당국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학교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고 당국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학교 폐기물 관리 체계가 부실한 만큼 감독 강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30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A고는 올해 7월 구청으로부터 하루 300㎏ 이상의 일반·음식물류 폐기물을 배출하는 ‘사업장 폐기물 배출자’로 지정돼 특별 관리 대상으로 분류됐다. 서울시는 하루 300㎏ 이상의 생활·재활용·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는 경우 자체 처리하거나 외부 업체에 위탁해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A고는 음식물 쓰레기만으로도 3년째 이 기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A고의 일평균 음식물 폐기물 배출량은 올해 437㎏에 달하며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360㎏, 337㎏을 기록했다. A고의 학생 432명이 급식 영양 권장량에 따라 500g씩(국물 제외) 3끼 식사를 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약 648㎏의 음식이 제공된다. 이 무게의 절반 수준이 매일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과다 발주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급식 장부를 허위로 작성한 의혹도 있다. 실제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에서는 조리 과정에서 껍질 제거 등으로 발생하는 폐기 비율(폐기율)을 허위 기재한 정황이 발견됐다. 예를 들어 국거리용 쇠고기에는 폐기율이 존재하지 않는데 80%로 기록했다. 껍질이 없는 전란액 형태의 달걀을 60% 폐기했다고 적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담당 영양 교사는 “사실 확인이 어렵다”며 “다만 나이스에서는 폐기율이 자동으로 설정되는 품목들이 있으며 이 수치는 임의로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급식 예산이 한정돼 있어 과도한 주문이 어려운 구조”라고 주장했다. A고 교감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일부 직원은 서울시교육청에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런 문제를 신고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학교가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변하고 별도의 감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학교는 자체적으로 운영회를 열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담당 영양 교사는 내부 고발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내부 고발자는 담당 영양 교사와 교감을 각각 업무상배임죄 및 공전자기록위작죄, 명예훼손죄로 고발했다. 현재 경찰은 A고의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고의 사례는 학교 급식의 부실한 운영과 느슨한 감독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교육계에서는 적정 음식물 폐기물량에 대한 기준 자체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음식물 폐기물이 학생 수와 발주량 대비 과도하게 발생해도 원인을 분석한 뒤 제재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개별 학교의 음식물 폐기물량을 추적하거나 폐기물량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학교에 대해 경고 조치를 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급식 폐기물 감축 정책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통계도 없다. 올해 교육부는 지난 몇 년간 집계해온 전국 초중고교 급식 폐기물 통계를 더 이상 내지 않기로 했다. 시도교육청마다 양식이 서로 달라 의미 있는 통계를 도출하기 어렵고 교원들의 업무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지역 초중고교에서 발생하는 급식 폐기물량을 2022년 3만 4230톤, 2023년 3만 4205톤으로 자체 추산했지만 이 통계를 세부적으로 분석하거나 정책 수립에 직접 활용하지는 않고 있다.
부처 간 협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급식 운영을 총괄하지만 폐기물 정책은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 관할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환경부와 지자체는 학교 폐기물을 가정과 일반 사업장의 폐기물과 함께 관리하기 때문에 학교 폐기물 감축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다. 음식물 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을 구분해 관리하지 않으며 하루 300㎏ 이상의 폐기물 배출만 신고하도록 해 대부분의 학교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서울의 한 외고에서 5년째 배식 업무를 해온 B 씨는 “단순히 ‘음식을 남기지 말라’는 지침은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며 “학부모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감독 체계를 강화하고 학교별 잔반 및 잔식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