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기상, 13시 산책…부정적인 뇌를 바꾸는 ‘루틴의 힘’

2025-10-17

윤제연의 즐거운 건강

부쩍 비가 자주 오고 아침저녁과 낮시간의 일교차가 증가하고 해가 빨리 지는 요즘이다. 올 달력을 보니 약 10주가량 남았다.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왔지만 막상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허무해지고, 또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불안해지기도 한다. 입학·진급·졸업·자격시험 등 큰 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을지 막막해지기도 한다. 이처럼 지치고 다 포기하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생각이 자꾸 마음을 파고들어 안절부절 불안하고 쉴 수도 없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다

첫 번째로 건강관리를 통해 다시 몸과 마음의 활력을 회복해 나가야 한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막연히 예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신체의 활력과 건강상태 및 통증 등에 영향받을 수 있다. 나 자신의 몸을 ‘일하는 도구’가 아니라 마치 ‘아끼는 친구처럼 이웃처럼’ 받아들이고 돌보아야 한다. 나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기초적인 요구를 매일 성실히 스스로 공급해 주어야 한다. 우선 영양적으로균형 잡힌 식사를 하루 2~3회 규칙적으로 시행한다. 다음으로 자신에게 적절한 시간의 수면을 가능한 규칙적인 시간 동안 확보하고, 기상 시각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조금 빠르게 걷기와 계단 오르기를 포함하는 신체활동(운동)을 매일 조금씩이라도 챙겨 한다. 특히 점심 식후 10~15분 정도의 야외 산책을 통해 자연광 확보와 식후 혈당 상승을 조절하고 신체의 활력 유지를 도모한다. 뇌에 이롭지 않은 알코올·니코틴·카페인 등은 하루 섭취량의 자체 상한선을 넘지 않도록 유의하고 특히 불편한 기분이나 혼란한 생각 및 불면을 통제하고 조절하기 위한 자가투약의 목적으로 이러한 물질을 사용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연례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의 전신건강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추가검사나 진료가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바쁘더라도 반드시 시간을 내어 전문가의 도움을 통한 건강증진에 힘쓴다.

두 번째로 지금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관찰하고 확인한 후 계속 생각에 머물지 않고, 자신이 계획한 활동을 지속한다. 충동통제력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을 무조건적으로 희생하고 참는’ 것과는 다르다. 그보다는,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여 스스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고,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자신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다가가는 ‘지금 이 순간의 경험’에 집중하며 긍정적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역량이다. 우선 말 그대로 도전적이고 위협적일 수 있는 상황 가운데에서 불안/분노/공포/안절부절감 등의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예민해진 상태에서도, 이러한 나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관찰하려고 시도한다. 지금 마음속의 생각을 “나는 지금 ~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라고 짧게 언어로 표현해 보고, 지금 마음속의 감정을 “나는 지금 ~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어”라고 표현해 본다.

그럼에도 저조한 컨디션 속에서 우리는 종종 탄식하게 되는데 불편한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를 때 “대체 난 뭐가 문제일까? 생각을 지울 수 없어”라고 비관하기도 하고, 가라앉은 기분이 지속되면 “난 항상 이렇게 우울할 거야”라고 예상하며 좌절하기도 하고, 오늘의 원래 계획과 다른 행동에 시간을 보내는 자신을 관찰하면서 “너무 시간을 낭비했어. 오늘 망했어”라고 자책하며 자포자기하기도 한다. 요즘처럼 해가 짧아지고 날씨가 추워지는 때에는 더욱 피로감이 증가할 수 있는데 몸도 무겁고 의욕도 떨어지는 자신을 지각하고는 “이런 피로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야”라며 절망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생각은 단지 생각일 뿐이다” “내 생각이 모두 사실은 아닐 수 있다”라는 문구를 떠올려 본다. 특히 “요즘 상황은 한마디로 엉망” “내가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내가 더 행복해지려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와 같은 생각은 우리가 더욱 막막함과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데, 이때에는 “지금 이 생각을 꼭 반복해야 하는 것은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일깨우면서, 지금 하고 있던 일에 다시 집중을 시도해 본다.

“생각은 생각일 뿐” 유념 또 유념

세 번째로 우선순위에 따라 오늘 하루의 구체적 행동목표를 설정하고, 업무시간과 휴식시간을 구분하면서 활동한다. 만약 마음을 무겁게 하는 생각에 빠져들어 머릿속은 혼란하지만, 역설적으로 몸은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상태라면, 눈을 떠서 지금 내 몸이 놓여있는 공간을 관찰하고 지금 눈에 들어오는 물건 다섯 가지를 순서대로 묘사해 본다. 내 눈이 일상 브이로그를 촬영하는 렌즈가 되어 지금 눈에 보이는 다섯 가지 물건에 대해 마음속으로 내레이션하듯 간략히 표현해 본 후, 손을 짚고 누운 상태에서 상체를 일으키고 발을 바닥에 딛고 엉덩이를 들어 일어나 침상 밖으로 나온다. 식사하지 않았다면 식사를 먼저 하고, 오늘 햇빛을 아직 못 보았다면 10분 산책을 한다.

우리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온전히 예측하거나 조절할 수 없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포와 불안을 통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확실성 가운데, 보다 효과적인 대처를 위해 지금 여기서 내가 무엇을 행동에 옮길지를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은 많은 부분 나의 통제 하에 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것보다 나의 행동을 계획하고 조절하는 것이 좀 더 용이할 수 있다. 바쁘더라도 내가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건강한 활동 최소 한 가지를 꼭 행동 목표에 포함하여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윤제연 서울대병원 교육인재개발실 교수. 정신건강의학과와 공공진료센터 일마음건강클리닉(직원상담)을 담당하며 서울의대 연건학생지원센터 센터장도 겸한다. 『행복한 직장의 조건』 『심리도식치료의 실제』 등의 공동역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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