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3조원 부동산 운용…美 시장 맥락 읽은 덕"

2025-10-26

성악을 전공했던 박화영 인코코그룹 회장은 인생의 악보를 다시 쓴 사람이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던 박 회장은 어느새 기술을 다루는 기업가로, 또 글로벌 자산을 굴리는 투자자로 성장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음악을 배우러 뉴욕에 유학을 떠난 그는 어느 날 한 네일숍에서 사업의 단서를 찾았다. 매니큐어 향이 매우 강한 데다 손톱에 바른 뒤 말릴 때까지 30~40분을 꼼짝없이 기다려야 하는 것이 불편해 보였던 것이다. 그 불편함이 곧 기회로 보였다. 박 회장은 “더 간단하고 깨끗한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직접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붙이는 네일’ 인코코 사업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화학을 공부한 적도, 제조 경험도 없던 그는 모든 것을 직접 배워야 했다. 박 회장은 “기계 설계부터 화학 공정까지 직접 했다”며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방향을 잃기 때문에 직접 기술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성공은 없었다. 제품은 완성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오랜 기간 적자가 이어졌고 수익이 나지 않아 하루하루가 버티기의 연속이었다. 그는 “17년 동안 혼자 일하면서 회사를 다녀본 적도 없고, 배울 곳도 없었다”며 “그저 현장에서 부딪히며 익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2007년 전환점이 찾아왔다. 수십 번의 공정 실험 끝에 기술이 완전히 안정되면서 글로벌 유통망이 열렸고 첫 흑자를 냈다. 그는 “기술이 시장에서 신뢰로 바뀐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의 사업은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갔다. 박 회장은 “미국은 유통이 정말 잘돼 있다”며 “월마트나 세포라 같은 대형 바이어는 1년에 한 번만 만나도 충분하다”고 했다. 한국은 계속해서 찾아가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미국은 시스템이 신뢰를 대신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업이 자리를 잡자 박 회장은 투자로 눈을 돌렸다. 그는 “투자에는 테마가 있어야 한다”며 “단순히 돈을 넣는 일이 아니라 구조와 맥락 속에서 가치를 읽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첫 실전 투자는 골드만삭스의 자문으로 시작됐다. 인코코와 골드만삭스가 주목한 것은 당시 미국이 시행한 ‘보너스 감가상각 제도(Bonus Depreciation)’였다. 항공기나 중장비 같은 고가 자산을 구입할 때 첫해에 100% 비용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적용해 세제 절감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박 회장은 “항공기 리스는 단순한 렌털 비즈니스가 아니라 세법을 기반으로 한 자산운용 구조였다”며 “법과 제도를 이해하면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분야에서도 세금 혜택을 잘 활용했다. 그는 “미국의 ‘기회구역 제도(Qualified Opportunity Zone·QOZ)’를 이용해 일정 기간 이상 부동산을 보유하면 자본이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썼다”며 “세제 혜택과 안정적인 수익을 동시에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제정된 2017년 세제개편법에 포함된 내용으로 인코코캐피털은 이를 활용해 뉴욕 맨해튼과 롱아일랜드시티 재개발 프로젝트 등에 투자해 수익성을 높였다.

인코코캐피털은 현재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중심으로 약 3조 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항공기 리스와 사모펀드 출자 등으로 투자 영역을 넓히는 한편 뉴욕 금융의 핵심 축인 유대계 네트워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뉴욕에서는 자본보다 네트워크가 더 중요하다”며 “핵심 인맥과 신뢰를 쌓아야 진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롱아일랜드시티 콘도 개발 등에서 유대계 개발사 타브로스와 공동운용(Co-GP) 방식으로 협력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제는 한국의 대기업들도 그를 찾아온다. 그는 “이제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뉴욕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 나를 찾아온다”며 “현지 시장에서 쌓은 신뢰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고 전했다.

투자든 기술이든 결국은 ‘사람’이라는 게 박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신뢰를 잃지 않는 게 제가 지켜온 유일한 원칙”이라며 “신뢰를 잃지 않으면서 시장의 리듬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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