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접경지역, 작센주를 가다 [평화경제특구, 해법 없나④]

2024-10-21

김요섭 기자 yoseop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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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3일 오후 2시(현지시각) 독일 작센주 폭스바겐 드레스덴 공장. 베를린에서 남동쪽으로 기차로 2시간 거리인 드레스덴은 ‘엘베강의 피렌체’라고 불릴 정도로 고풍스럽다. 폭스바겐은 드레스덴 공장에서 전기자동차를 생산한다. 건물 외벽 전체가 유리여서 ‘유리공장’이라고도 불리는데, 자연을 차용한 듯 주변에 짙은 녹지·하천이 공장과 잘 어우러져 숲속에 온듯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Home of ID(전기차 ID시리즈의 고향)’라고 새겨진 거대한 공(球)이 노란 소형전기차 위에 실려 방문객을 맞이한다. 공장안에는 전기자동차 생산분업시스템이 부지런히 움직였고 방문객들은 그저 신기하 듯 쳐다봤다. 전 세계에서 한 해 10만명 정도가 찾는다고 회사 측은 말했다. 요나스 베첼 홍보담당은 “드레스덴 외 츠비카우와 켐리츠 등 작센주 3곳에 공장을 둬 동유럽에 수출한다”고 설명했다.

하루가 지난 뒤 찾은 지멘스 드레스덴 법인은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답게 공장 없는 오피스 건물이었다. 라이모트 하뵉 드레스덴 법인장은 “1847년부터 오늘날 동베를린에 창립했을 정도로 동독 투자에 오랜 역사가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동서독이 분단, 회사가 국유화 됐다. 그래도 시장을 포기하지 않고 작은 끈도 연결해 이어갔다”면서 “지금은 드레스덴 법인이 동유럽 전진기지다”라고 말했다.

통독전 서독과 접경을 맞댔던 작센주(당시 동독)는 통일부가 접경지역(경기·인천·강원특별자치시 관할 파주 등 15개 시·군)에 남북 경제협력 평화경제특구를 조성하는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3월28일 드레스덴 공대를 방문, ‘통일은 대박이다’며 대북 3대 제안을 할 만큼 작센주가 접경지역 협력사례로 통일의 상징적인 도시가 됐기 때문이다.

작센주에 따르면 남쪽은 체코, 동쪽은 폴란드와 국경을 접한 작센주는 면적이 1만8천여k㎠로 인구는 경기도 1 / 3 수준인 460만명이다. 작센주 투자청 우베리니히 박사(투자자문)는 “(작센주는)19세기부터 독일과 유럽의 굳건한 산업지역으로 2차 세계대전까지도 독일 경제를 이끌었다. 광산,기계설비, 전자산업으로 유명했다”며 “분단 후에도 동독 전체 공업제품의 생산을 4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산업층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분단시절에도 동독의 필요성이 반영, 서독기업(폭스바겐 등)이 동독 자동차 산업과의 합작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서 경제 성장을 일궜다. 그래서 폭스바겐 등이 통일과 사회통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 동독 수용성 높인 폭스바겐

‘자동차업계의 레알마드리드’라고 불리는 폭스바겐은 작센주가 동독 시절 1989년 켐리츠에 자동차완성 공장을 짓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는 동독정부와의 최초 합작이었다. 당시 동독 근로자 300여명이 채용됐다. 동독이 절실히 원했다. 18년 역사를 가졌으나 기술이 조악했던 유일 자동차 브랜드 ‘트리반트’가 서독 폭스바겐 소형브랜드 골프, 폴로 등과 같은 첨단기술로 육성되길 바랬기 때문이다.

요나스 베첼 폭스바겐 인사총괄담당은 “1년 뒤 통독되면서 동독 근로자 1만2천여명까지 채용(당시 서독임금 54%수준고용)해 자동차 분업화를 가속화 했다”며 “이는 작센주 집중투자로 이어져 회사는 독일 통일에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통독 전부터 통독 투자로 체코의 자동차 브랜드 스코다를 인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슬로바키나 등 동유럽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한 폭스바겐은 현재 전 세계 가장 많은 완성차 10개 브랜드(람보르기니, 벤틀리, 포르쉐, 아우디 등)를 보유한 자동차 메이커로 작센주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

■ 동서독분단 전부터 작센주 집중투자로 통독 후 사회적 통합 일군 지멘스

올해로 창립 177년이 된 전기 전자 산업으로 유명한 유럽최대 기술복합 기업 지멘스는 통독전부터 작센주에 투자하며 통독 후 혼란했던 사회 통합에 기여했다는 평을 듣는다. 엘케 푹스 홍보담당은 “1847년 지금의 동베를린(드레스덴설립은 1892년)을 창립했다. 2차 세계대전 후 동서독이 분단, 공산주의자 정권이 들어서 1949년 회사를 몰수당했다. 기존 경영자는 퇴출 됐다”면서 “문휀 등으로 회사를 이전하면서도 결코 동독 투자를 포기하지 않았다. 게속 작은 교류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0년 통일 후 연방정부의 도움으로 옛 지역에 복귀, 30여곳에 지사를 두고 한때 최대 2만명까지 동독인을 채용했다”며 “ 독일연방정부 및 유럽연합으로부터 세제혜택 등을 받아 동유럽국가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경제성장을 일으켜 독일 통일과 사회적 통합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 폭스바겐, 지멘스도 지원받은 작센주 등대정책(LIGHT HOUSE)

작센주 경제부활 산업정책으로 등대정책이 주목 받는다. 동독 재건비용을 핵심거점 사업에 집중투자해 그 효과가 등대처럼 주변지역에 환히 미치게 하는 것이다. 산업분야 지원에 평등은 없다. 오직 기술과 미래가능성에 촛점의 맞춤형 지원책이다.

작센주 투자청 우베 리니히 박사는 “작센주는 중부유럽의 심장이라할 수 있는 최적의 지리적 여건을 갖췄다”며 “기업들은 강력한 산업영역에 구축된 경제시스템(산업네트워크)를 만난다. 작센주에 맞게 개발된 연방정부와 주정부 정책도움 즉 등대정책 지원받아 이윤을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등대정책으로 폭스바겐, 포르쉐, BMW 투자로 이어졌다. 자동차는 폭스바겐 등 협력사 780여개, 동독이 투자해 왔던 초소형 전자공학을 바탕으로 한 반도체는 지멘스 등 6개 글로벌 기업이 입주, 가동 중이다. 지난해 작센주 총기업 2만6천여개사가 780억 유로(848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면서 “이제 작센주 주도 드레스덴은 ‘실리콘 작센’이라 불리워질 정도로 유럽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이자 (전기)자동차 산업의 중심지가 됐다”고 자신했다.

■ 폭스바겐 관계자 인터뷰

“폭스바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40년간의 동서독분단 현실에서도 동독 집중투자로 통일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드레스덴 공장 옌스 로테 인사총괄 담당·요나스 베첼 홍보담당은 본보와 만나 “통일 전 동독 투자는 동족과 더 가까이 가는게 목적이었던 만큼 사회적 책임이 강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동독과의 합작투자로 1만여명에 이르는 동독 근로자를 채용, 동독 노동력과 서독자본력을 결합한 자동차프로젝트를 실시했다”며 “ 이는 동독 필요성에 따라 자동차기술을 높혔고 폭스바겐에게는 체코 및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이웃나라 동유럽 진출 기회도 됐다. 동서독 상생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접경지역에 조성되는 평화경제특구와 관련 “북한 노동자의 재교육, 이질감 극복, 기업 이윤만을 목적에 두지 말고 노동자 소외감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질감을 극복하면 평화경제특구를 통해 한국도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지멘스관계자 인터뷰

“지멘스는 통독 후 동독인 고용등 사회적 통합을 일궈냈다는 자부심을 지금도 갖고 있습니다.”

세계적 반도체사인 지멘스 라이몬트 하뵉 드레스덴 법인장·엘케 푹스 홍보담당은 경기일보와 만나 “동서독분단전 1847년 동베를린 지역에 설립 됐다. 공산국가가 들어서면서 어쩔수 없이 뮌헨으로 이전했지만 투자는 포기 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통일 후 새로운 연방정부 법에 따라 지멘스는 명확한 기업운영 증거가 있었기에 과거 재산을 찾아 올 수 있었고 통일 연방정부와 유럽연합 차원에서 동독지역 투자 시 세제혜택이 있었다”며 “등대정책 등 주정부 차원의 지원 및 연방정부, 유럽연합 등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부연했다.

특히 “통독 직후 드레스덴 인구는 17만명 정도인데 이 중 2만명이 지멘스사 고용 인원이었다(90%는 동독인). 동독 근로자들을 교육 및 노동자들 주택도 지어주면서 사회통합에 앞장섰다”고 소개하고 “1964년 동독 라이프치히 산업박람회 개최 등도 통일에 기여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평화경제특구조성과 관련 “ (한국)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남북이 서로 다른 경제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대기업들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김요섭·김형수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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