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현황 단시간 내 해결"…삼성전자, 재설계 HBM3E 1분기 공급 일정도 내놔

2025-01-31

31일 진행된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박순철 삼성전자(005930)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등장했다. 삼성전자 실적 발표에 CFO가 직접 나서서 경영 현황에 대해 설명한 것은 2021년 1월 최윤호 CFO가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설명하면서 인수·합병(M&A) 준비를 공식화한 이후 없었다. CFO의 등장은 4년만인데, 삼성전자에 엄습하나 위기 국면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행보로도 읽힌다. 실제 박 CFO는 “현재 경영 상황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고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주요 사업 경쟁력 바탕으로 현재 이슈는 점차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인 HBM3E 개선제품의 구체적인 공급 계획을 내면서 의지를 드러냈다. 설계 원점부터 재검토를 거친 결과물로 메모리 기술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이 영업이익 3조 원을 밑도는 부진한 성적표를 거뒀지만 올해는 차세대 HBM 제품과 커스텀(맞춤형) 메모리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레거시 D램 매출 비중은 올해 한자릿수 수준까지 줄이는 한편 HBM 생산량은 전년 대비 2배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요 고객사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과제에 맞춰 HBM3E 개선 제품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해당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공급 시기를 밝힌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삼성의 HBM을 두고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답변 격이다.

엔비디아의 품질 통과를 최종 통과하면 HBM 사업에서 급격한 판매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초도 공급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기존 공급사를 모두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HBM4부터는 경쟁 판도에서 다른 위치를 점하며 역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체 HBM 비트 공급량이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6세대(1c) D램 기반 HBM4는 올해 하반기부터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53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치의 시설 투자를 집행했고 이중 반도체에만 46조 3000억 원을 투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HBM3E 8단·12단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그러나 ‘큰손’ 고객사인 엔비디아 공급이 미뤄지면서 지난해 4분기 HBM 판매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해 4분기에는 지정학적 이슈와 올해 1분기를 목표로 준비 중인 HBM3E 개선 제품 계획 영향이 맞물려 HBM 수요에 일부 변동이 발생했다”며 “4분기 HBM 매출은 당초 전망을 소폭 하회해 전분기 대비 1.9배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수요 개선은 2분기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1분기에는 미국 정부의 첨단 반도와 관련한 수출 통제 조치로 일시적인 수요 공백을 예상했다. 모바일과 PC 고객사의 재고 조정에 GPU 공급 제약으로 인한 빅테크들의 메모리 주문 감소가 겹치는 등 업황도 마냥 밝지는 않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정부에서 발표한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영향뿐 아니라 개선 제품 계획 발표 이후 주요 고객사들의 기존 수요가 개선 제품 쪽으로 옮겨가며 HBM의 일시적인 수요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메모리 양극화에 대비해 구형 제품 비중을 줄이고 첨단공정 전환 속도도 높인다. 중국 대표 D램 업체인 CXMT는 범용인 DDR4 D램을 시작으로 DDR5 시장까지 진출하며 삼성전자의 레거시 D램 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DDR4, LPDDR4의 경우 2024년 30% 초반 수준이었던 매출 비중을 올해 한 자릿수 수준까지 가파르게 축소해 나갈 계획"이라며 "DDR4와 LPDDR4 공급 과잉 이슈가 당사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시스템LSI(설계)와 파운드리를 포함하는 비메모리 부문에선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회사 측은 두 사업부의 영업이익을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2조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고 추정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에선 2나노미터(㎚) 공정에 승부수를 걸며 올해 2나노 1세대 공정, 내년 2세대 공정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설계 사업에선 갤럭시 S25에 엑시노스 2500 탑재가 불발된 영향으로 실적 부진이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하반기 출시될 플래그십 모델 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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