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레몬’ 새소득원 일궈 …외국산보다 품질 월등

2024-10-09

으레 ‘레몬은 외국산’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런 인식을 전환하고, 새 소득원을 발굴하고자 국내 레몬 생산기반을 꾸준히 다지고 있는 농민이 있다. 제주 제주시 도련1동에서 레몬을 재배하는 김방근씨(50)다.

김씨는 2002년 레몬농사를 시작했다. 그는 1970년대부터 감귤농사를 지은 부친의 뒤를 따라 농업에 입문했는데, 재배작목으로 감귤 대신 레몬을 선택했다. 김씨는 “남들이 선택하지 않은 작물을 생산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당시 국내 레몬 생산은 불모지에 가까웠고, 함께 시작한 농가도 2∼3곳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친에게서 농업 관련 노하우를 배우고, 레몬 재배기술을 연구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추위에 약한 레몬나무는 겨울 한파가 불어닥칠 때마다 저온피해로 죽어나갔다. 특히 2015년 이례적인 추위가 찾아왔을 땐 기르던 나무 가운데 약 30%가 얼어 죽었다. 지역에서 조금씩 늘던 레몬농가는 이 피해로 대부분 이탈했다. 그런데도 김씨는 시설하우스를 보수하고 새로 난방기를 도입하며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그는 “국산 레몬은 외국산에 비해 신선도와 안전성부문에서 월등하기에 안정적으로 생산만 해내면 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술이 축적됨에 따라 생산량은 늘고 품질은 개선됐다. 또 안전한 먹거리를 중요시하는 추세에 힘입어 유통에도 탄력이 붙었다. 김씨는 “농협 출하와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며 “최초 구매 고객의 재구매율이 높고, 백화점에서도 납품 의뢰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6942㎡(2100평) 규모 농장에서 연간 약 15t의 레몬을 생산한다.

몇해 전 농협과 함께 시작한 가공사업도 순항하고 있다. 제주시농협(조합장 고봉주) 레몬공동출하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레몬을 그대로 착즙해 스틱 형태로 만든 ‘제주레몬 100’ 개발에 힘을 보태 동료 농가의 새 소득원 발굴에도 이바지했다. 2021년 출시된 ‘제주레몬 100’은 레몬수·주스·칵테일 등에 활용되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김씨는 “외국산으로 만든 제품에 비해 신뢰도가 높아 구매층이 탄탄하다”며 “농가로선 먹는 데 문제없지만 흠집이 있거나 모양이 제멋대로인 비상품 레몬을 가공용으로 활용해 부가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어 효자상품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레몬농사는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최근 농촌 현실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한꺼번에 수확하지 않고 익는 대로 순차적으로 따기 때문에 한번에 많은 인력을 구하지 않아도 된다. 김씨는 “농장주가 조금만 부지런하면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도 수확할 수 있는 게 레몬”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자신의 농장을 거의 혼자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레몬 수요는 해마다 증가하고, 이는 대부분 수입으로 이어진다”며 “국산 레몬이 이 수요를 차지하기 시작하면 개별 농가의 성공은 물론 과수농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심재웅 기자 daeba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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