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이상기후 최전방에서 느끼다

2024-10-09

요즘 상추·로메인 등 쌈·샐러드 채소를 마트에서 구입하기 쉽지 않다는 아쉬움이 가득한 도시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우리 농장은 쌈 채소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샐러드용 채소를 재배하는 이웃농장에선 채소 생육이 더디고 택배 발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우리 농장에서 현재 생산하는 것은 유기농 배추다. 생배추를 바로 마트에 공급하거나 절여서 판매한다. 올해 옥수수 수확 전후 배추 씨앗을 뿌리고 여름 내내 길러 2만5000주를 본밭에 옮겨 심었다.

그런데 길고 긴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것은 60%에 불과하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불행이라 해야 할지 겨우 반타작을 넘었다.

10월 이맘때 봉긋하게 자란 예쁜 배추들로 시골다운 풍경이 펼쳐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밭은 배추를 심은 흔적만 남아 있거나 생육이 저조해 안쓰러움을 자아내고 있어 마음이 씁쓸하다.

어린모를 옮겨 심은 뒤 정성을 다했다. 무더위가 길게 이어졌지만 적정 간격을 맞춰 고랑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시간을 정해놓고 관수에 집중했다. 예상 밖으로 계속된 뜨거운 햇빛과 무더위에 배추가 뿌리를 내리고 생장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심어놓기만 하면 잘 자라던 ‘토종 채소’가 이젠 스프링클러와 같은 관수시설을 설치하고 많은 노력을 들여야 원활하게 자라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여름이 무덥고 다습해 현대화 시설을 갖추지 않고선 지중해가 원산지인 허브를 생산이 어렵다고 한다. 최근 들어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잘 자라던 ‘토종’도 점점 생육이 저조하고 생산량이 줄어 농가가 어려움을 겪는다. 발 빠르게 아열대기후에서 자라는 작물을 남보다 먼저 도입한 농가가 농산물시장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이상기후를 경험하면서 걱정이 생겼다. 3∼4년 전부터 농민들의 ‘근무 환경’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특히 지난해 충북 괴산에 폭우가 쏟아져 괴산댐의 방류로 물이 무릎까지 차고 산에서 쓸려 내려온 흙이 농로를 뒤덮은 상황에서 일꾼을 데리고 옥수수를 수확하던 그때를 기점으로 더욱 그러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농민들의 ‘근무 환경’이 나빠지고 농산물 생산성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농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자연재해를 막기 위한 토론과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지영 라온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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