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수교 33주년을 맞아 한중우호협회는 25일 서울에서 ‘한중 수교 33주년 기념 다이빙 주한중국대사 초청 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참석해 연설을 했고 한중우호협회의 주요 관계자 50여 명이 자리했다.
신정승 한중우호협회 회장(전 주중대사)은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역사적으로 오랜 교류의 전통을 이어온 파트너”라며 “양국은 다양한 분야와 계층에서 긴밀히 협력하며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재명 정부는 국익과 실용을 대외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10월 말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참석도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는 “어제는 수교 33주년 기념일이었다”며 “이재명 대통령 특사단이 방중해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진 것은 양측이 수교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빙 대사는 이날 연설을 ‘재성찰·재인식·재출발’ 세 가지 키워드로 나눠 발표했다.

“중한 협력은 개혁개방과 한강의 기적에 모두 힘 보태”
다이빙 대사는 먼저 “1992년 중·한 수교는 단순한 외교적 사건이 아니라 냉전의 벽을 무너뜨린 역사적 결단이었다”며 “당시 양국 지도자들은 국제 정세 변화를 정확히 읽고 평화와 발전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순응해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이익에서 출발해 수교라는 전략적 선택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 성과도 언급했다. “수교 초기에 50억 달러에 불과하던 무역액이 지난해 3280억 달러로 60배 넘게 증가했고 한국의 대중 무역 흑자도 6800억 달러를 초과했다” 며 이는 한·미, 한·일 교역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은 21년 연속 한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였고 한국은 중국의 제2위 교역 파트너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간 인적 교류는 누적 1억4000만 명을 넘어섰고 코로나 이후에도 빠르게 회복돼 지난해 이미 770만 명에 달했다”며 “중국의 무비자 조치와 한국의 단체 관광객 무비자 조치 시행으로 교류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한 협력은 중국 개혁개방과 한국의 두 번째 한강의 기적에 모두 힘을 보탰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서로를 객관적·이성적·전면적으로 다시 바라봐야”
다이빙 대사는 “오늘날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며 “양국은 서로를 전면적이고 객관적이며 이성적으로 다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지난 30여 년 동안 개혁개방을 심화시켜 역사적 성과를 거두었고 현재는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라는 두 번째 100년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한국 역시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가진 중견국으로 성장하며 경제·문화·군사 등에서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교 당시 중국 GDP는 한국의 1.2배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배 이상으로 커졌다. 다만 중국의 1인당 GDP는 여전히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현실적 격차도 언급했다.
그는 또 “동북아 정세는 수교 당시와 달리 복잡해졌다. 일부 국가는 지정학적 요인을 과도하게 투영하며 한반도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시아는 여전히 글로벌 성장의 중심지이며 대부분 국가가 평화·우호·협력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중 갈등과 관련해서는 “일부에서는 이를 양국 간 패권 경쟁으로 규정하지만 본질은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일방적으로 억제하려는 것”이라며 “중국 발전은 억제될 수 없으며 중국은 더 좋은 미래를 열 수 있는 능력과 저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발전 양국 근본 이익에 부합”
세 번째 키워드인 재출발과 관련해 다이빙 대사는 “지난 수십 년간 양국 관계는 부침을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양국은 좋은 출발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과 이재명 대통령의 통화에서 확인됐듯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해서 심화하는 중한 관계는 양국 국민의 근본적 이익에 부합하고 역내 더 나아가 세계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에도 기여한다”고 말했다.
다이빙 대사는 또 향후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이 함께 추진해야 할 다섯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정치적 상호 신뢰 증진. 그는 “정상 외교는 양국 관계 발전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략적 리더십”이라며 “현재 이재명 대통령 특사단이 방중 중이고 앞으로도 고위급 교류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진핑 주석의 10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한국 각계가 기대하고 있다”며 “중국 측도 이를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제·무역 협력 심화. 다이빙 대사는 “최근 몇 년간 산업 경쟁이 심화했지만, 협력의 전략성과 상호 보완성은 변하지 않았다”며 “중국은 여전히 거대한 시장과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을 단기적 이익만 추구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장기적·전략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중국 시장을 깊이 개척해 양측 협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국민감정 개선. 그는 “최근 몇 년간 한중 양국 국민 간 감정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며 이는 주로 양국 관계의 기복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한국 정치 세력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반중 정서를 조장하고 허위 주장을 퍼뜨리며 집회를 열고 있다”며 “이는 양국의 상호 신뢰를 해치고 관계 개선 노력을 방해할 뿐 아니라 한국 자체의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부가 비자 제도 개선 등 편의 조치를 시행해 국민 교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며 신뢰 회복의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부 간섭 배제. 다이빙 대사는 “최근 몇 년간 제3자 요인이 양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방해가 커지고 있다”며 “한중 관계는 고유한 역사적 논리와 내생적 동력을 가진 관계로, 제3자를 겨냥하지도 제약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병행 발전시켜야 한다”며 “‘친미는 곧 반중, 친중은 곧 반미’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한국의 외교 공간을 오히려 제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차원의 협력 확대. 그는 “한중 양국은 모두 세계 주요 경제체로서 역내 발전뿐만 아니라 글로벌 협력에도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 양국이 차례로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만큼 상호 지지를 통해 회의 성공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양국은 UN·G20·WTO 등 다자 틀 속에서 협력을 심화하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수호하며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함께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한중 양국은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포용적 경제 세계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명실상부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공동 발전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연설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