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누리창]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우려

2025-09-02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8월 13일 대국민보고대회를 열고 123개 국정개혁과제를 발표하면서,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여성의 권익 신장과 양성평등을 중심에 두어 온 여성가족부가 이제 성평등을 전면에 내세우는 부처로 바뀌는 것이다. 이 변화가 우리 사회에 미칠 파장과 영향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는 왜 굳이 여성가족부의 이름을 바꾸려 하는 것일까?

여성가족부는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여성부’로 출발했다. 여성 차별을 해소하고 지위를 높이며,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설립 취지였다. 이후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여성가족부’로 확대되었고,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두 차례 명칭이 오가다가 다시 여성가족부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여러 정권을 거치며 여성정책의 방향이 조정되어 왔다.

법적 기반을 보더라도, 1995년 김영삼 정부는 '여성발전기본법'을 제정했고, 2014년 박근혜 정부는 이를 전부 개정해 '양성평등기본법'을 만들었다. 이 법은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권리와 책임을 보장하는 동시에,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주목할 점은 여기서 성평등의 개념도 함께 언급되었다는 사실이다. ‘양성평등’을 사회의 기본 원리로, ‘성평등’을 보완적 개념으로 두었다.

헌법 역시 분명하다.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이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에 따라 차별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36조 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우리 사회의 가족제도는 생물학적 남성과 여성을 기반으로 한 ‘양성평등’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지금까지 이러한 법적 기반 위에서 역할을 해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성소수자의 권리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누구도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 때문에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소수자를 보호하는 문제는 별도의 법률과 제도를 통해 충분히 다룰 수 있다. 이를 위해 ‘성소수자 인권보호법’이나 ‘복지지원법’을 제정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꾸는 방식은 헌법이 규정한 양성평등의 원리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금 “인구위기를 극복하는 대전환”을 국정개혁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출산과 가족정책을 다루는 부처인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꾸는 것은 방향에 혼선을 줄 수 있다. 성평등이 곧 인구감소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젠더 기반의 성평등이 생물학적 출산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인구위기를 걱정하는 시점에 성평등을 부처 명칭에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성평등 정책을 적극 추진했으나,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다시 양성평등으로 회귀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성평등을 확장했지만, 재집권한 트럼프 정부는 다시 양성평등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이처럼 정책이 널뛰듯 변화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하여 여성가족부의 개편은 헌법적 원리, 가족제도의 기초, 인구정책의 방향, 성소수자 보호 등을 감안하여 모든 국민이 동의하는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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