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연습에 휴일수당 미지급' 이랜드 특별근로감독 두고 노동부 고민 깊은 까닭

[비즈한국] 이랜드 특별근로감독에 대한 고용노동부 결과 발표가 늦어지자, 최근 이랜드 노동조합에서 이를 촉구하는 연서명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이랜드에서 직원들에게 강제로 ‘춤 연습’을 시키고 휴일근무수당을 미지급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는데, 아직도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 이례적으로 결과 발표가 늦어지자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에 착수한 이후에도 개선된 부분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랜드 외 다른 기업은 3~4개월 안에 결과 나와

고용노동부가 이랜드월드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한 건 지난해 12월 22일. 연말 송년회 행사를 위한 단체 공연에 직원 수백 명을 동원하고 휴일근무수당을 미지급했다는 등의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이번 특별근로감독은 직장 내 괴롭힘 등 사회적 물의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특별감독을 실시한다’는 원칙하에 실시하는 것으로 사업장 전반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을 집중 점검하여 사법처리 하는 등 사용자의 불법에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11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근로감독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한 사업장은 장수농협, 더케이텍, 테스크테크, 순정축협 등이다. 이랜드를 제외하면 모두 3~4개월 만에 근로감독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월 25일 국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도 이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특별근로감독이) 10개월이 넘다 보니까는 회사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당노동 해직 행위가 계속 이어지고, 아직까지 소송 진행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임금은 동결해야 된다’ 이런 식으로 회사가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이게 몇 개월에 끝나느냐, 이런 게 무지 절박한 문제”라며 “노조에서 파악한 임금체불 규모만 200억 원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근로감독 범위가 확대되면서 기간이 늦어졌다고 답변했다. 김 차관은 “직장 내 괴롭힘 관련해 (근로감독에) 들어갔다가 지금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통한 휴일 대체가 적법한지와 관련해 적절성 여부까지 확대되다 보니까 늦어진 부분이 있다. 현장 조사 감독은 거의 끝났고, 법리를 검토 중이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에는 정해진 기간이 없다고 말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비즈한국에 “아직 발표 예정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법적으로 정해진 기간은 없다. 법적인 쟁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강득구 의원실은 “국정감사 이후 고용노동부에서 추가 제출한 내용은 없다. 아직 고용노동부에서 결과 발표를 하지 않았으며, 이 외 진행되는 부분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랜드 “사내 문화 개선” 노조 “실질적 변화 없어”

‘춤 연습 강요’ 논란 이후 이랜드는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월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은 신년사를 통해 조직문화 테스크포스팀(TFT)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랜드 관계자는 비즈한국에 “고용노동부 조사에 이랜드 각 계열회사가 성실히 임했다. 이와 함께 사내 문화에 대해서는 계열사별로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해 실질적으로 직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조합은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랜드 노동조합 관계자는 “올해 안에 근로감독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측에서 연령대별로 근로자 대표를 뽑아 회의를 하기는 하다. 다만 여기에 조합 대표가 들어가진 않는다. 노동조합은 노사협의 산하기구로 협의체를 두어 논의하자는 데 비해, 사측에서는 자체적으로 연령별 대표를 임명해 논의하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이랜드 노동조합은 근로감독 결과를 촉구하는 연서명을 받고 있다. 노동조합은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 발송할 예정이다. 촉구문에 따르면 이랜드노동조합은 “표면상으로는 조직문화 개선위원회를 앞세워 이랜드기업에 쏟아지는 질타를 회피하고, 실제로는 현장고충과 직원의견을 반영하지 못하는 면피용 회의만 지속하는 현실”이라며 “노후한 인프라, 인원 부족으로 인한 고강도 노동의 문제는 뒷전”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의 고민이 길어지는 것은 휴일근무수당 미지급 합의가 유효한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30일 이랜드리테일과 근로자 대표는 ‘공휴일에 근무해도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에 합의했고, 2020년 1월 1일부터 공휴일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현 이랜드 노동조합은 당시 근로자 대표가 사측에서 선임한 대표이므로 합의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앞서 노동조합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부분은 휴일근무수당 미지급이다. 다른 쟁점은 고용노동부에서 이미 판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공정하게 결과를 내달라는 취지로 노동조합, 시민단체를 포함해 국회의원 연서명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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