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육상으로"…식품업계, 김 상품 연구개발 '총력전'

2025-02-19

【 청년일보 】 전세계적으로 K-푸드가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바다 속 '검은 반도체'라 불리는 김이 주요 수출 품목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김 수출액이 10억달러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다만 기후변화 등으로 해상 양식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민간이 협력해 육상 양식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액은 9억9천700만달러(한화 약 1조3천억원)로 전년 대비 25.8% 증가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김 수출액은 한화 기준 2023년부터 2년 연속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수산물 수출액은 30억3천450만8천달러였는데, 김이 전체 수출액의 32.9%를 차지했다.

이처럼 김은 수산식품 분야 최대 수출품으로 등극해 검은 반도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최근 K-푸드가 유행하며 김밥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영향이 컸다.

한국 김은 세계 김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매년 김 수요도 늘고 있으나 국내 양식장은 영세한 곳이 많고 인력 고령화도 심각해 생산량 규모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기후변화도 리스크로 꼽힌다. 이로 인한 수온 상승 등으로 30~50년 후에는 수상 양식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통 김은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생산되며, 성육 시기 수온은 5~15℃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현재 남해·동해를 중심으로 1년 중 수온이 5∼15℃ 범위인 일수는 연간 150일 내외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등으로 수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 바다의 평균 표층수온이 관측 사상 역대 최고치였던 2023년 기록을 다시 경신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이에 김 산업의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해법으로 육상 양식이 떠올랐다.

정부 역시 관련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지속가능한 우량 김 종자생산 및 육상 양식 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과제를 통해 육상에서 품질 좋은 김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해 2029년까지 5년간 총 35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 CJ제일제당·풀무원·대상, 민관 협력부터 상용화까지…김 육상 양식 연구개발 총력

국내 식품 기업들도 김 육상 양식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웰니스 트렌드를 기반한 글로벌 김 소비량 증가와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국내 공급량 감소 및 가격 상승 등으로 김 산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이미 CJ제일제당은 2018년 업계 최초로 김 육상 양식 기술개발에 나서 2021년 수조 배양에 성공했고, 이듬해는 국내 최초로 전용 품종을 확보했다. 현재는 육상 양식 전용 배지 개발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배지는 김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물질로, 전용 배지를 사용하면 육상 양식에서 김을 더 빠르고 우수한 품질로 키울 수 있다"며 "상업화가 가능한 전용 배지 개발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어 경쟁사 대비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회사는 지난 17일에는 전라남도·해남군과 '김 종자생산 및 육상 양식 공모사업 선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전라남도는 전국 김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와 함께 CJ제일제당의 기술력이 합쳐져 김 육상 양식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회사는 이상기후에 따른 생산량 변동성 대응으로 원물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는 등 지속가능한 김 사업 영위를 위해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CJ제일제당의 김 혁신기술이 K-김의 글로벌 확산을 가속화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풀무원 역시 해수온 상승, 영양염 고갈, 잦은 태풍 등으로 인해 해상 양식을 통한 양질의 김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 대응하고자 육상 양식 기술개발을 진행해왔다.

풀무원은 '바이오리액터'라고 불리는 큰 수조 내에 김을 재배하는 '육상 김 양식 기술'을 2021년부터 연구 개발하고 있다.

기존의 해상 양식 방식과 달리 육상에서 김을 양식하면 기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연중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후 2022년에는 전라북도와 수산양식분야 공동연구 업무 협약을 맺었고, 지난해 3월에는 육상수조식해수양식업 허가를 취득하고 충북 오송에 위치한 풀무원기술원의 허가 받은 파일럿 시설 내에서 육상 양식 김을 연구하고 있다.

회사는 이 분야에 선도적으로 뛰어들어 3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특히 지난해 3월에는 마켓 테스트의 일환으로 풀무원이 운영하는 비건 인증 레스토랑 '플랜튜드' 코엑스점에서 육상 양식으로 수확한 물김을 활용한 신메뉴 '들깨물김칼국수'를 출시한 바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고객들의 반응도 좋았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새만금개발청,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한국농어촌공사와 5자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전북 군산시 새만금 수산식품 수출가공 종합단지에 2천800여평 규모의 '육상 김 R&D센터'를 구축 중이다.

올해 상반기 착공해 육상 양식 물김 연구와 마른 김을 가공할 수 있는 생산시설 구축을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는 AI 스타트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육상 김 양식 생육환경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 중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현재 및 미래의 김 수요를 반영해 2028년부터 2035년까지 새만금 수산식품 수출가공 종합단지 인근에 추가 부지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육상 양식 기술로 생산한 물김을 마른 김 뿐 아니라 김 스낵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가공해 2027년 내 첫 육상 김 양식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상도 김 육상 양식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8년 설립한 해조류연구센터에서 2023년부터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투자 및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1차 파일럿 연구를 성공리에 마쳤고, 향후 20억원 규모의 생태복합 육상 양식장 설립을 통해 역량을 지속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대상 관계자는 "마른김을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물김을 안정적으로 양식해야 하는 만큼 생산 기술과 설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이에 상용화는 2030년 이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김 육상 양식사업이 앞으로도 활발해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후 변화 때문에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육상 양식의 경우 중금속 등에서 안전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느낌도 있어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가사업으로 책정된 만큼 서로서로 윈윈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김 수요가 국내에서만 있으면 공급이 부족하지는 않을텐데, 전세계적으로 수출이 늘고 있어 관련 사업은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며 "다만 아직 대부분이 초기 단계라 실제 상용화까지는 조금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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