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 특례’ 유화책에도… 의료계 “맹탕 처방” 냉담

2025-01-12

여전히 출구 못 찾는 의정 갈등

복귀 시 수련 재개·입영 연기에

의협 “밥 얘기했는데 커피 내놔

당장 올 교육 대책부터 제시를”

박단 “정부안, 전공의 요구 아냐”

입장차 여전… 전공의 복귀 미지수

2026학년도 정원 논의 기한도 임박

“2월까지 인원 협의 마무리돼야”

의료계 내부 ‘대화’ 필요성 제기도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해 수련 특례 등을 적용하겠다며 유화책을 제시했지만 의료계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다음달 말까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확정해야 하는 만큼 의료계 내에서 ‘대화론’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의료계는 ‘전공의 수련 규정에 특례를 적용한다’는 정부 발표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12일 “배고프니까 밥 달라고 얘기했는데 커피 한잔 내놓은 격”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김 대변인은 “신임 회장이 취임하면서 2025학년도 교육이 가능한지 마스터플랜을 내라고 했는데 (정부 발표엔) 그에 대한 답이 없었다”며 “당장 2025학년도에 어떻게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느냐부터 답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14일 김택우 신임 회장 취임식을, 16일에는 기자간담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정부 발표에 대한 입장 등 향후 대응 방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

앞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10일 브리핑에서 전공의 수련 규정에 특례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은 ‘사직 후 1년 내 동일 연차 및 동일 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수련 규정에 따라 올해 3월까지 동일 과목 및 동일 연차로 복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특례가 적용되면 상반기 레지던트 추가 모집에서 원래 있던 병원으로 돌아가 수련을 이어갈 수 있다. 정부는 입영 특례도 적용해 수련병원에 복귀한 전공의들은 전문의를 취득할 때까지 병역 의무를 미룰 수 있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의료계에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전공의들이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에도 수련 및 입영 특례를 제안했지만 복귀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등의 요구를 못 이기는 척 받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당장 의대 교육을 어떻게 할지 등 대책은 빠졌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수련 특례와 병역 특례는 대한의학회와 KAMC 등 의료계 6개 단체가 건의한 사항이었다. 이 교수는 “정확한 진단 뒤에 항생제를 쓰고 치료를 해야 하는데 고름은 둔 채 치료하는 모양새만 내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당에서 현 의료 사태에 대해 유일하게 목소리를 낸 사람은 안철수 의원뿐 아니냐”고 반문하고 “전공의들이 요구한 것은 그게 아니다. 장애물은 무능한 여당이 아닌가”라고 적었다.

의·정이 평행선을 이어가는 가운데 2026학년도 정원을 논의할 수 있는 시한도 임박했다. 2026학년도 정원은 ‘대학의 장은 매 입학연도의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의 10개월 전까지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수립·공표해야 한다’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지난해 5월 이미 공표됐다. 정부는 2025학년도처럼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예외를 적용한다는 방침이지만, 다음 달 말까지는 정원 협의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10일 2026학년도 정원 확정에 대해 “입시 프로세스(절차)를 생각하면 2월 초까지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조금 늦춰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적어도 2월까지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제로 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026학년도 정원 논의 시 증원 전 규모(3058명)보다 줄어들 가능성에 대해 “특정한 숫자를 염두에 두고 협의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이때까지는 (정원 논의 시) 주로 2035년까지의 의사 인력 수급 균형을 목표로 했는데, 이제는 저희가 발표할 때와 달리 교육 여건, 각 학교의 사정 등이 굉장히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충분히 고려해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원래 정원보다 더 줄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라서 의정 협상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지민 기자, 세종=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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