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은 오랜 등록금 동결로 인해 제대로 된 시설과 인력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고 성토한다.
고물가와 재정난으로 인해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내기 위한 투자는커녕 기본적인 재정 투입도 쉽지 않다는 게 대학들의 주장이다.
이런 목소리는 대학들의 등록금심위원회 회의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다만 인상 시 국가장학금 지원이 제한되고 학생들의 반발이 여전히 크다는 점은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주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재정위기 직면·세계적 수준 성장 위해" 커지는 인상 목소리
12일 각 대학의 등심위 회의록에 따르면 사립대를 중심으로 오랜 동결로 인한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난달 13일 성균관대 등심위에선 "오랜 시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 조치로 인해 재정적인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며 "우리 대학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상명대는 지난해 11월 14일 등심위에서 "어려운 재정환경에도 전 구성원의 자구노력에 따라 전입금, 기부금 등 수입이 증가했고 노후시설 보완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필수적인 사업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향후 등록금 조정에 대해 전향·적극적이며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단 등록금 조정에는 인상과 동결안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전제했다.
지난달 20일 숙명여대 등심위에서는 교직원위원이 등록금 인상 법정 상한을 포함한 등록금 책정 고려 요인을 설명하면서 "대내외 환경 요인으로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연세대 역시 지난달 26일 등심위에서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학교 교직원 위원은 "모든 대학이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높은 인상률 적용이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특히 미래캠퍼스는 교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등 신촌캠퍼스에 비해 더 큰 재정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 막판 계산기 돌리는 대학…학생들 "개선 확신 우선"
그동안 정부는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기 위해 국가장학금Ⅱ유형(대학연계지원형) 지원을 활용해왔다.
2012년부터 국가장학금Ⅱ유형 지원을 받으려면 등록금을 동결해야 하는 조건을 내걸면서 대부분 대학이 정부의 동결기조에 동참했다. 등록금 인상액보다 국가장학금을 통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결기조가 17년째 이어지면서 대학의 계산도 달라졌다.
지난해 11월 5일 홍익대 등심위에서는 국가장학금Ⅱ유형 지원을 못 받을 경우 대비책에 대한 학생 측 질의가 있었는데 학교는 "일시적으로 국가장학금Ⅱ유형을 못 받는 금액보다 등록금 인상을 통해 늘어나는 수입이 학교의 재정건전성에 더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단 "학생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학들의 불만이 커지자 올해 교육부는 등록금을 동결하는 대학에 국가장학금Ⅱ유형 지원의 또 다른 조건인 교내장학금 충족기준을 완화해주기로 했으나 이걸로는 역부족이란 분위기가 우세하다.
지난달 27일 경희대 등심위에선 "장학금 지급 규제 완화는 서울·수도권 지역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논의하고 있음을 인지한 교육부에서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기 위해 내놓은 장학금 정책"이라며 "16년 동안 등록금이 동결된 사항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생들 사이에선 시설 투자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방식이 등록금 인상이어야 한다는 데는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등록금 인상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동덕여대도 등심위에서 학생위원의 반대가 있었다.
신라대 등심위에서 학생위원은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한 사항이라고 판단되나 인상 후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에 대한 확신을 학생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다수 대학은 이달 등심위까지 학생을 비롯한 구성원들과 소통해 공감대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일부 지방 사립대에서는 학생 모집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라도 유지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작년 등록금을 인상했던 한 지방 사립대는 "현재 기대했던 것보다 등록금 수입이 늘어나지 않고 재정지원사업의 지원금 역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상도 동결도 쉽지 않은 상황임을 토로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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