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배짱이

2024-10-22

우리나라에 번역되는 외국의 동화나 우화 중에는 원문과 너무나 다른 내용이나 뜻으로 전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름의 이유나 상황을 반영하였다고는 하나 저자가 살아있다면 대노했을 일이다.

동화 ‘백설공주'는 원래 악역이 친엄마이다. 그림 동화 초판본에서 백설공주를 괴롭히는 사람은 백설공주의 친엄마였는데 동화로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이후 판본에서는 계모로 바뀌었다.

또한 백설공주에게서 독사과가 빠져나오는 방식도 하인이 불만을 갖고 백설공주를 치면서 독사과가 빠져나오는 것에서 하인이 백설공주의 관을 들고 가다가 휘청거리는 과정에서 독사과가 빠져나오는 것으로 바뀌었다.

‘개미와 배짱이'는 이솝의 우화 중 하나이다. 이 역시 본래 이름은 ‘개미와 매미'였다. 저자인 이솝은 고대그리스의 동화작가 ‘아이소포스'이다.

이글이 구전으로 유럽에 전해지면서 당시 유럽에 흔치 않았던 매미 대신 여치로 바뀌었고, 일본을 통해 번역, 들어온 초기에는 여치였으나 나중에 배짱이로 바뀌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배짱이'에 대해 선조들은 ‘배를 짜는 부지런한 동물'로 여겼고, 본래 수명이 늦가을로서 개미를 찾아간 것은 육식곤충으로서 개미를 잡아먹으려 간 것이며 오직 일을 통해 돈을 벌고 안정하여 ‘자식은 이 고생 안시켜야지, 잘 가르쳐서 화이트칼러 만들어야지'라는 일념하에 살아온 베이비붐 세대의 생각이 오늘날 자식이 잘 되거나 나이늦도록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 의지하는 극과 극을 만들어 냈다. 또한 뼈가 휘도록 돈은 벌었지만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자식만 호강하는 현실이 되었다.

개미나 배짱이로만 사는 사람도 드물지만 돈이 있어도 단돈 만원 한장쓰면서 손을 덜덜떠는 자린고비 내핍생활로 빈축을 사서야 쓰겠는가!

‘열심히 일한 당신 나가라!' 이젠 당신을 위한 당신의 삶을 꾸려라. 죽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그게 재해석 된 ‘개미와 배짱이'의 결말이다.

홍민기 수필가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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