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지 마’
만년을 두고 쓴 책이 있다
눈송이
하나하나 모아 쓴
만년설은 신의 책이었다
신의 눈으로만 읽을 수 있다는
지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어렵다는
에베레스트 만년설을
눈앞에 펼쳐 놓고 첫 장 넘기어본다
글자가 없다
글자가 보이지 않는 책
만년설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어 보다
아니다 싶어
두 무릎 꿇고 내 입술 대어 본다
입속 가득 스며져
들어오는 만년설의 향기
과거도 사연도 다 사라지는 것이라고
웅웅이는 신의 말씀
이제는 돌아 보지마라며
내 등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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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숙 <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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