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 강민숙 시인의 ‘돌아보지 마’

2025-02-23

‘돌아보지 마’

 만년을 두고 쓴 책이 있다

 눈송이

 하나하나 모아 쓴

 만년설은 신의 책이었다

 신의 눈으로만 읽을 수 있다는

 지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어렵다는

 에베레스트 만년설을

 눈앞에 펼쳐 놓고 첫 장 넘기어본다

 글자가 없다

 글자가 보이지 않는 책

 만년설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어 보다

 아니다 싶어

 두 무릎 꿇고 내 입술 대어 본다

 입속 가득 스며져

 들어오는 만년설의 향기

 과거도 사연도 다 사라지는 것이라고

 웅웅이는 신의 말씀

 이제는 돌아 보지마라며

 내 등 다독인다.

강민숙 <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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