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장 전원 임기만료, 후속 인사 속도
'낙마' 조병규 등 금융사고 책임론 확산 일로
정상혁·이승열·이재근 등 연임 관측 우세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5대 시중은행장들의 임기가 올해 말 전원 만료되면서 후속 인선 절차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사고 여파로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이 좌초되면서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은행장도 교체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금융당국 의지와 국민여론을 감안할 때 향후 내부통제가 금융사 경영진 인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장은 전원 올해 말 임기가 마무리된다.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각 은행들은 임기 종료 한달전인 이달 말까지는 연임 또는 차기 은행장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업권에서는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모두 올해 금융권을 뒤흔든 금융사고가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내부통제 책임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의미다.
1964년생인 정 행장은 1990년 신한은행 입행 후 경영기획부행장, 자금시장그룹장 등을 역임했으며 특히 진옥동 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행은행장에 오른 2019년 비서실장을 맡은 최측근으로 꼽힌다. 올해 '리딩뱅크'를 탈환하는 등 실적면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1963년생인 이 행장은 1991년 외한은행 입행 후 경영기획그룹장, 그룹재무총괄, 경영기획·지원그룹장 겸 그룹인사총괄 등을 역임했다. 2022년 하나생명보험 대표 자리에 올랐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이어가는 중이다.
두 행장 모두 이번이 첫 번째 임기종료라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는 관측이다. 통상 시중은행장은 2년 임기 후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다면 한 차례의 연임(1년)은 보장해주는 게 관례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다.
1966년생인 이 행장은 1993년 주택은행 입행 후 경영기획그룹(상무/전무), 영업그룹부행장 등을 역임한 후 2022년 1월 국민은행장에 올랐다. 임기 내 리딩뱅크 입지 견고히 하고 ESG 경영 확대 등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다만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재연임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허인 전 행장 등 4년 임기 수행 사례가 있다는 점에도 큰 변수는 아니라는 의견이다.
반면 우리은행과 함께 금융사고 책임론에 직면한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희박하는 게 업계 중론이다.
1965년생인 이 행장은 1991년 농협중앙회 입사 후 서울영업본부장(은행), 기획조정본부장(중앙회) 등을 거쳐 2023년 1월 행장직에 올랐다. 실적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올해만 금융사고가 여섯차례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관리 미흡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앞선 우리은행 사례처럼 교체가 유력해 보인다.
조 행장 교체가 확정된 우리은행을 필두로 KB금융그룹은 오는 27일 계열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행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신한·우리·농협은행 등 나머지 은행들도 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차기 행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뿐 아니라 국민여론도 실적보다는 도덕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며 "앞으로도 내부통제 관련 평가가 금융그룹 회장, 은행장, 각 임원들 평가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