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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 역사 160년을 들여다보면 흥망성쇠를 가르는 운명의 순간이 세 번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 한 번이 지금입니다. 한국은 지금 성장과 추락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이승한 넥스트앤파트너스(N&P) 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 북쌔즈에서 열린 ‘인문과 과학으로 보는 통찰경영–K경영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며 기반 기술과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1970년 삼성그룹 공채 11기로 입사해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 신경영추진 부사장과 삼성물산(028260) 유통 부문 대표를 지냈다. 이후 영국 테스코와 합작해 홈플러스를 출범시켜 14년 간 홈플러스를 경영했다. 유통업계 꼴찌로 출발한 홈플러스는 이 회장의 지휘 아래 4년 만에 2위로 올라섰다. 그는 2018년 퇴직 후 50년 넘게 경영 일선에서 보고 들은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N&P경영연구그룹을 창업했다.
이 회장은 우선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국내 기업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처럼 한국 경제도 추락할 수 있다” 면서 “기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변화를 빠르게 잡아내는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서에는 통찰의 시선으로 경영의 길을 찾고 통합으로 조직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미래 경영이 필요하다는 이 회장의 메시지가 담겼다. 디지털 전환과 AI 혁명, 공급망 재편 등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을 분석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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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기업의 목표를 통상 매출과 이익이라고 착각하는데 전혀 아니다” 라며 “통찰력을 기반으로 한 실행력으로 고객 만족을 달성하고 원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이 이뤄졌을 때 그 과실로 오는 것이 매출과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위기론이 불거진 삼성에 대해선 ‘보이지 않는 기술’에 도전해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삼성이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처럼 운영되다가 지휘자가 복귀한 만큼 ‘보이지 않는 기술’ 같은 인문학적 기치를 내걸고 도전에 적극 나서야 한다” 면서 "총수의 사법리스크 등 삼성에 위기를 불러온 외적 요인이 많았지만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통합해 운영할 수 있는 역량과 생산능력은 여전히 삼성이 최고”라고 했다.
한국 기업의 경영 방식이 가진 장점도 잘 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회장은 대표 한식인 ‘비빔밥’을 예로 들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도입할 때 그대로 받아오는 게 아니라 이를 한국적인 것과 섞는 문화는 큰 강점” 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와 자국 문화를 섞는 ‘글로컬’이 더욱 중요시되는 만큼 한국적 경영 방식이 빛을 발할 기회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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