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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일보 】 국내 철강업계가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철강 시황 악화와 중국산 저가 제품 물량 공세에 이어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에까지 거론되면서 경영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급감했던 국내 철강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는 공장 폐쇄와 가동률 축소(감산) 조치에 이어 인력 감축과 타 사업장 전환·재배치를 진행하는 등 생산 조절과 함께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이 중 현대제철의 경우 자회사 근무 인력의 희망퇴직 얘기도 나오고 있어 업계 전반의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을 넘어 앞으로의 구조조정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자회사인 현대IMC는 이달 내 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퇴직 희망자를 대상으로 잔여 근속 50%(최대허용기준 36개월)를 인정하고 1인당 자녀 학자금 1천만원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대IMC는 같은 기간 충남 당진에 있는 또 다른 현대제철 자회사인 현대ITC로의 전환배치 신청도 받고 있다. 현대IMC 정규직 직원들은 공장 관련 설비가 줄어들면서 현대ITC로의 인사 이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제철 자회사인 현대IMC는 포항에, 현대IMC는 당진에 위치하고 있다. 양사는 현대제철에서 각각 생산 지원과 정비, 설비 운전과 기계 정비 등을 맡고 있다. 다만, 현대IMC는 인원 감축에 들어갔지만 현대ITC는 기술직 대체인력(계약직) 채용 공고를 내고 인력 충원에 나서고 있어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ITC는 현대제철이 100% 자본을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다. 이미 이 곳은 지난 2022년 9월 출범 이후 현대제철 당진공장 협력사 17곳, 2천700여명이 채용 전환을 마쳤으며, 같은 해 6월부터 기술직 신입·경력사원을 모집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일관제철소로 제선·제강·압연 등 철강 생산의 세 가지 공정을 모두 갖추고 있어 규모 면에서 포항공장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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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포항2공장의 제강·압연 공정을 기존 4조2교대 체제에서 2조2교대로 전환해 운영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이 곳에서 감축된 인력은 당진제철소로 전환 배치된다는 말은 무성하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포항 2공장은 현재 부분 가동 중이며, 근무 인력의 전환 재배치 등은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며 “현대제철에서 희망퇴직 등 인력 감축 움직임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매출 23조2천261억원, 영업이익 3천14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4%(2조6천886억원), 60.6%(4천839억원)를 나타내 철강 3사 중 가장 큰 영업이익 하락률을 보였다.
국내 철강사 중 규모가 가장 큰 포스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11월에는 1선재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두 곳에서 근무한 인력은 다른 부서로 재배치된 상태다.
앞서 지난해 10월 사무직 대상 만 50세 이상, 직급 10년차 이상 장기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던 포스코는 올해 상반기까지 사업구조 재편에 나선다. 성장 전략에 부합하지 않거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를 정리해 경영 효율화를 도모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포스코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중국 장쑤성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인리스 제품을 생산하는 이 곳은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낮다는 판단 하에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는 연결기준 연간 매출 62조2천10억원, 영업이익 1조6천69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1조3천380억원), 34.7%(8천880억원) 감소한 수치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6월부터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선제적 감산 조치에 들어갔다. 이 회사의 인천 공장에서는 산업용 전기료 인상으로 주간 조업을 줄이고 심야전기를 활용한 야간 조업시간을 늘리는 등 원가절감에 매진하고 있다.
생산 물량을 조절하기 위해 공장 가동률 또한 30% 이상 줄이며 감산에 들어간 동국제강은 생산 인력 감축보다는 타 부서 전환 배치를 통해 운영의 묘를 살리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30년간 임단협 무분규 타결 등 노사간 사이가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며 "지난해 실적 중 이익이 줄어든 요인으로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매출 3조5천275억원, 영업이익 1천24억원을 나타냈다. 컬러강판을 만드는 동국씨엠도 연간 매출 2조1천637억원, 영업이익 773억원의 실적을 거둬 양사 합산 매출은 5조6천912억원, 영업이익은 1천797억원이다.
【 청년일보=선호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