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부 최대 정책과제 ‘물가안정’
지난해 4월부터 안정세…최근 1%대
강달러 여파에 환율 1470원대 등락
기후 위기 따른 생산 작황 상태도 변수
지난해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부문은 물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치솟은 물가는 지난해 9월 이후 1%대까지 떨어지며 안정세를 유지 중이다. 다만 외환위기 수준의 고환율과 종잡을 수 없는 기후 변화로 다시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 10월 3%대(3.2%)를 넘어선 이후 2023년 5월(3.4%)까지 20개월 동안 정부 관리 목표 수준인 2%대로 내려오지 않았다. 2022년 5월부터 2023년 1월까지 9개월 동안은 5%를 넘어 6.3%(2022년 7월)까지 치솟았다.
출범과 함께 고물가 상황을 마주해야 했던 정부는 그동안 물가 떨어뜨리기에 총력을 다했다. 지난해 5월 취임 2주년 민생행보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2년간 총력전 끝에 지난해 4월부터 물가는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2023년 4월 3%대(3.7%)로 낮아진 물가는 같은 해 6월 2%대(2.75)까지 떨어졌다. 이후 3%대와 2%대를 오가다 지난해 4월 2.9%를 기점으로 확연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9월에는 1.6%를 기록하며 1%대에 진입했다. 10월 1.3%, 11월 1.5%에 이어 지난달 1.9% 오르며 정부 관리 목표치인 2.0%를 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물가 상승률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달 물가 상승률 발표 당시 “2025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세 둔화, 근원물가 안정 흐름 등을 고려할 때 올해보다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있다. 우선 환율이다. 13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강달러 상황에 지난달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사태 등 정치적 불안이 환율을 계속 밀어 올리고 있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 상승을 수반한다. 한국무역통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지수는 118.8(2020년=100)로 1년 전보다 5.8% 상승했다. 전월과 비교해도 4.4% 오르며 두 달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가격은 지난 3일 기준 t당 1만1238달러에 거래된다. 지난해 같은 달 평균가(4457달러)와 비교하면 1.5배 이상 올랐다. 커피 원두값(아라비카)도 0.45㎏당 평균 3.23달러로 1년 전(1.87달러)보다 73% 치솟았다.
기름값도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3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1700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지속 상승세다.
기후도 강력한 변수 중 하나다. 지난해 사과에 이어 올해 배추와 무 가격이 급등한 이유도 폭염과 가뭄, 폭우와 폭설 등 예측하기 힘든 이상 기후 탓이다. 이상 기후는 해를 거듭할수록 예측이 어렵고 변화 폭도 커진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이 먹거리 걱정을 않도록, 먹거리 민생 안정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이상 기후로 농산물 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환율과 기후라는 변수에 대비해 정부는 11조6000억원을 물가 안정에 투입한다. 수입 과일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국내산 농·축·수산물 계약재배 물량도 늘린다.
공공요금은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고, 국민 부담을 고려해 인상 시기도 분산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경유·압축천연가스(CNG) 유가 연동보조금을 2월 말까지 연장해 겨울철 유류비 및 난방비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며 “주요 식품과 사료 원료 등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농·축·수산물 공급 확대·할인 지원 등을 통해 먹거리 물가 안정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빨리 마주한 저성장, 힘 빠진 ‘역동경제’ 해법은 [올해 경제는⑤]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