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살아남기

2025-08-18

장원국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센터장/논설위원

요즘 세상을 ‘초 역전시대’라 일컫는다. 양태를 보아하니, 자식이 부모보다 많이 알고, 후배는 선배보다 더 배웠고, 사원이 임원보다 똑똑하고, 병사가 장교보다 기민한 세상이다. 단순히 젊은 사람들의 지능이 높아져 나타나는 현상으로만 볼 일은 아닐 게다. 신문명의 변화 주기가 짧아지면서 자연적으로 수반되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농업혁명은 수천 년을 거쳤고, 산업혁명은 300여 년을 지속하였지만, 정보혁명은 30여 년에 불과하고,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은 약 20여 년으로 예상되며, 뒤이어 나타날 제5차 산업혁명(?)은 15년 정도로 예측된다고 한다. 변화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농경시대나 산업화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평생 비슷한 환경에서 살다 생을 마감했다. 이런 시대에는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을수록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수명은 늘어나고, 신문명의 주기는 짧아지니, 평생 네다섯 번의 변신을 감수해야 한다. 빠르게 적응하여 변신하는 것이 중요한 일인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른바, ‘꼰대’들은 아주 힘들 수밖에 없다.

노인이 청년에게 길을 묻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노인도 내비게이션을 쓰는 청년보다 길을 더 잘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간 많은 노인 한 분이 마을도서관 하나를 섭렵했다 해도, 신세대들이 스마트폰 하나로 앉은 자리에서 전 세계 도서관 수백 개를 검색한 결과를 따라잡을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나이 먹는 것을 거스를 수는 없다. 흔히 나이 먹는 것을 빗대어 ‘속도와 나이는 비례한다.’라는 얘기를 한다. 대다수가 수긍하는 것 같고, 나 역시 전적으로 공감한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지. 젊을 때나 지금이나 시간의 속도는 같았을 터인데,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는 것 같고, 지나 보면 한 일도 없다. 그래서 불안하고 위기감마저 든다. 어떨 때는 화도 난다.

제너럴일렉트릭(GE) 잭 웰치 회장이 1999년도에 주창했던 ‘리버스 멘토링’을 떠올려 본다.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기존 멘토링의 반대 개념으로, 일반사원이 선배나 고위 경영진의 멘토가 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젊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감각을 갖출 수 있고, 젊은 직원들에게 리더쉽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며, 조직의 미래 리더를 양성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러기에 기업들 사이에서 꾸준히 시도되어 오다가 최근 SNS 등의 수단이 등장하면서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고 한다.

나이 많은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유세를 떨고 결정권이 많다는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젊은이들에게서 지식을 얻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끓임 없이 키워가야 한다. 오히려 신세대들에게 더 많은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그럴 때 ‘리버스 멘토링’의 가치가 발하지 않을까 싶다.

꼰대들은 생각보다 변신을 잘할 수 있다. 어려운 시대를 험하게 살아왔던 경험도 있고, 참을 때 참고, 화날 때도 참고, 분노할 때도 참을 수 있는 인내력도 있는 것 같다. 슬프지만 현실을 직시하며 꼰대의 위대한 인내와 지혜를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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