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역사 자랑하는 ‘루아르 소비뇽블랑 마에스트로’ 앙리 부르주아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2025-12-12

세계 최고 소비뇽블랑 산지 프랑스 상세르·푸이퓌메를 가다②

상세르 공식AOC 지정 전 와인 레이블에 ‘샤비놀’로 표기/‘프리미엄 상세르=샤비놀’로 여겨져/앙리 부르주아 상세르 샤비놀서 10대째 상세르·푸이퓌메 빚는 소비뇽 블랑 장인

세계 최고의 소비뇽 블랑이 생산되는 프랑스 루아르 상세르에서도 가장 뛰어난 포도밭들이 몰려있는 곳은 중심 마을에서 남서쪽으로 2km 가량 떨어진 샤비놀(Chavignol) 입니다. 레 몽 다메(Les Monts Damnés), 르 퀼 드 보주(Le Cul de Beaujeu), 라 그랑드 코트(La Grande Côte) 같은 포도밭이 대표적입니다. 1936년 상세르가 공식 AOC로 지정되기 전에는 와인 레이블에 ‘Chavignol’을 표기할 정도로 ‘프리미엄 상세르=샤비놀’로 여겨졌습니다. 이런 샤비놀을 중심으로 10대째 빼어난 상세르 와인을 선보이는 생산자가 앙리 부르주아(Henri Bourgeois)입니다. 9세대 장 마리(Jean‑Marie)를 만났습니다. 앙리 부르주아 와인은 나라셀라에서 수입합니다.

◆‘상세르 마에스트로’ 앙리 부르주아

앙리 부르주아 역사는 169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3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합니다. 1950년대 가문 중 핵심 인물인 앙리 부르주아(Henri Bourgeois)가 샤비놀 언덕 경사면에 포도밭 2ha를 조성하면서 와이너리의 명성이 시작됩니다. 1960년대 그의 아들 장-마리(Jean-Marie)와 레미(Rémi)가 합류하면서 적극적으로 수출하고 포도밭을 대대로 확장해 현재 포도밭은 상세르와 푸이 퓌메에 걸쳐 72ha에 달합니다. 2023년에는 모든 포도밭을 유기농으로 전환했습니다. 현재 와이너리는 장 미리 형제와 10세대인 아르노(Arnaud), 리오넬(Lionel), 장-크리스토프(Jean-Christophe)가 이끌고 있습니다.

앙리 부르주아 푸이 퓌메 라 포르테 드 라베이(La Porte de L’Abbaye) 2002는 와인 스펙테이터 2004년 100대 와인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명성이 높습니다. 샤비놀은 프랑스의 대표 염소치즈 크로탱 드 샤비놀(Crottin de Chavignol) AOP의 산지로도 유명합니다. 상세르 소비뇽 블랑은 산도와 미네랄은 염소 치즈의 환상적인 어울려 맛의 신세계를 보여줍니다.

장-마리는 끈끈한 가족애를 바탕으로 300년 넘게 가족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오랫동안 가족끼리만 와이너리를 운영하다보면 형제 갈등으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요. 긴 시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정말 어렵죠. 하지만 앙리 부르주아는 각자 역할을 나눠서 일하면서 10대째 끈끈한 가족애를 바탕으로 잘 꾸려나가고 있답니다. 모든 포도밭은 오가닉 인증을 받았어요. 자연주의 농법을 통해 포도밭을 건강하게 관리합니다. 또 72ha에 달하는 다양한 포도밭을 소유해 앙리 부르주아 와인의 다양성을 만들어 준답니다.”

앙리 부르주아는 떼루아를 콘트롤하는 와인을 잘 만드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한 구획에서 한 가지 와인만 만들어 포도밭 캐릭터를 그대로 와인에 반영합니다. “상세르 지역은 60%가 클레이와 라임스톤이 섞인 토양이라 부르고뉴에 굉장이 가깝답니다. 일부 토양은 실렉트도 있어요. 푸이퓌메가 실렉트 토양에서 오는 부싯돌 미네랄로 유명하지만 상세르도 실렉트 토양이 있어서 비슷한 부싯돌 느낌이 납니다. 또 키메르지앙 토양은 다양한 해양 화석이 섞여 있어서 요오드 같은 솔티한 미네랄을 와인에 부여해요. 라임스톤은 돌이 크고 배수가 잘돼 포도에서 프레시한 산미와 풍성한 과일향을 잘 만들어 준답니다. 상세르 와인은 피니시에서 약간 감초향도 느낄 수 있습니다.”

▶앙리 부르주아 상세르 레 바론(Les Baronnes)

레몬, 청사과, 자몽으로 시작해 온도가 오르면 파인애플도 더해지고 유칼립투스 허브향도 살짝 느껴집니다. 신선한 미네랄리티도 돋보입니다. 커리 소스 농어 요리, 진한 망고 소스 조개 완자, 샤비뇰 지방에서 나온 염소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온도 조절 스틸 탱크에서 저온 숙성해 더 강렬하고 섬세한 향을 보여줍니다. 병입 전까지 5~6개월 효모 앙금과 숙성해 볼륨감을 더합니다.

▶앙리 부르주아 푸이 퓌메

잘 익은 감귤 등 시트러스, 키위로 시작해 유칼립투스의 허브 아로마와 신선한 꽃향이 더해지고 샤비뇰 지역 특유의 부싯돌 향이 지속적으로 이어집니다. 시금치와 페타 치즈를 곁들인 가자미 요리, 샤비뇰 지방에 서 나온 염소 치즈, 조개, 생선, 닭고기와 잘 어울립니다. 온도 조절 스틸 탱크에서 저온 숙성해 더 강렬하고 섬세한 향을 보여줍니다. 병입 전까지 5~6개월 효모 앙금과 숙성해 볼륨감을 더합니다. 시트러스류 과실의 신선함과 소비뇽 블랑 특유의 크리스피한 산도가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미네랄 피니시가 긴 여운을 주는 집중도 있고 우아한 와인입니다.

▶앙리 부르주아 상세르 당탕(d’Antan)

라임, 자몽 등 시트러스 과일향으로 시작해 버베나의 허브가 더해지고 온도가 오르면서 아몬드, 코코넛, 바닐라향이 살짝 더해지는 풀바디 상세르 와인입니다. 최소 수령 60년 이상의 올드바인 소비뇽 블랑으로 만들어 깊이감이 남다릅니다. 특히 실렉스 토양에서 자란 포도여서 부싯돌 느낌의 기분 좋은 미네랄이 피니시에서도 길게 느껴집니다. 약간 기름진 생선요리, 해산물, 그릴 랍스터, 버섯을 곁들인 흰살 육류와 잘 어울립니다. 한국 음식은 고추장 소스의 직화 쭈꾸미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숙성잠재력이 뛰어나 6~8년은 충분히 버팁니다. 당탕이 만들어지는 소비뇽 블랑 포도밭은 루아르 강을 따라 포진된 전형적인 플린트 토양입니다. 와인 이름 당탕(d’Antan)은 ‘옛날의’라는 뜻으로 전통적인 방법으로 양조합니다. 수확 직후 부드럽게 압착한 뒤 4분의1은 새 오크통에서 발효합니다. 효모앙금과 함께 12개월 숙성하고 병입후 6~12개월에서 안정화 기간을 거칩니다. 병입 전 정제나 여과를 하지 않습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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