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 130년 만에 ‘왕의 귀환’… 프랑스와 앙금 풀어

2025-08-27

1897년 프랑스군에 참수된 부족장의 두개골

파리 자연사 박물관이 마다가스카르에 반환

“한 세기 넘는 기간 우리 섬의 상처로 남아”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프랑스군에 의해 살해된 마다가스카르 부족장의 유해 일부가 약 13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올해 4월 마다가스카르를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양국 간의 불편한 과거사 해결을 언급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26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문화부에서 마다가스카르 서부 옛 메나베 왕국 국왕의 유해 인계식이 열렸다.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는 19세기 후반까지도 여러 부족국가로 이뤄져 있었다. 그런데 1883년 프랑스군이 섬을 침략해 보호령으로 삼은 데 이어 1897년에는 섬 전체를 프랑스 식민지로 선포했다. 여러 부족 중 하나인 사칼라바족(族)의 메나베 왕국은 토에라 국왕의 지휘 아래 끝까지 프랑스군과 싸웠다. 1897년 8월 토에라 왕은 프랑스군에 붙잡혀 참수를 당했고, 그의 수급(首級)은 파리로 보내져 최근까지 자연사 박물관에 보관돼 왔다.

이날 프랑스는 토에라 왕의 유해와 더불어 그의 근위병으로 추정되는 인물 2명의 유해도 함께 마다가스카르 측에 인계했다. 이들도 왕과 함께 참수를 당한 뒤 프랑스군이 그 머리를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인계식을 주관한 라시다 다티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이 유해는 인간의 존엄성을 명백히 침해하는 상황에서, 특히 식민지에서 자행된 폭력이란 맥락에서 프랑스의 국가 소장품이 되었다”고 말했다. 과거 프랑스군이 마다가스카르에서 저지른 인권 침해와 만행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풀이된다. 행사에 함께한 볼라미란티 도나 마라 마다가스카르 문화부 장관은 프랑스의 이번 조치를 “중대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토에라 왕을 비롯한 3인의 유해가 사라진 것은 한 세기가 넘는 동안 우리 섬의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었다”고도 했다.

지난 4월 마크롱 대통령은 국빈으로 마다가스카르를 찾아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선 두 나라의 불편한 과거사에서 비롯한 분쟁 해결 방안이 주로 논의됐다. 토에라 왕의 유해 반환도 사실상 이 회담에서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양국 간에는 영토 문제라는 또 다른 갈등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

1960년 마다가스카르가 프랑스에서 독립할 당시 마다가스카르 인근의 작은 섬 5곳은 프랑스의 해외 영토로 편입됐다. 마다가스카르는 오랫동안 이 섬들이 마다가스카르와 불가분의 관계임을 들어 프랑스에 반환을 요구해왔다. 프랑스는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섬들을 관리하길 원하지만, 마다가스카르는 해당 섬들이 프랑스에서 완전히 독립해 자국 영토가 되길 희망한다. 정상회담 이후 양국 대통령은 “두 나라가 함께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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