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소비 지배하며 여전히 화석연료 성장동력 된다

2025-02-04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최근 엑세터 대학교 아랍 및 이슬람 연구소 정치경제 및 글로벌 개발 담당 아담 하니에(Adam Hanieh) 교수는 더컨버세이션을 통해 플라스틱에 잠식당하는 인간 사회에 그로 인한 화석연료 산업의 지배력애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2024년 12월 초, 한국에서 진행된 플라스틱 오염 방지 글로벌 조약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전 세계적인 기대가 좌절됐다. 협상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은 플라스틱 제조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제한 조치를 거부하며 보다 유연한 접근 방식을 주장했다.

과학계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인간의 혈액, 뇌, 심지어 태반 조직에서도 발견되며, 이는 염증, 호르몬 교란, 암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양 생태계에서도 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북극의 얼음뿐만 아니라 물고기와 새의 몸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00만 톤에서 2015년 3억 8,100만 톤으로 200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 25년 동안 생산된 플라스틱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2050년까지 생산량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생산된 모든 플라스틱 중 재활용된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하며, 재활용되지 못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205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플라스틱 문제는 단순한 환경오염의 문제가 아니라 석유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엑손모빌과 같은 글로벌 석유 기업들은 "문제는 오염이며, 플라스틱 자체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플라스틱 사용 규제보다는 폐기물 관리에 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석유와 가스로부터 파생되는 석유화학 제품이며, 2040년까지 플라스틱이 화석연료 수요 순성장의 9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협상에서도 220명의 화석 연료 로비스트들이 참석해 각국 대표단보다 많은 수를 기록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플라스틱 생산 제한에 강하게 반대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플라스틱과 석유화학 산업은 글로벌 자본주의의 변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과거 상품 생산은 목재, 면화, 금속과 같은 자연자원에 의존했지만, 플라스틱의 발명은 이러한 흐름을 바꾸었다. 석유화학 산업의 발달로 생산 효율성이 높아졌으며, 자본주의의 핵심 요소인 무한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패스트 패션 산업은 플라스틱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사례다. 방글라데시 등지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저가 의류는 폴리에스터(일종의 플라스틱) 생산 확장 덕분에 가능해졌으며, 이는 면화와 양모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다.

오늘날, 플라스틱 소비는 환경 위기를 가속화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플라스틱은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제 인류가 화석 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문제의 본질과 그 구조적 문제를 정확히 직시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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