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쿨(cool)해보여 투자하는 게 아니다

2025-11-30

“쿨(cool)해 보여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하는 겁니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환율과 관련해 한 발언이 젊은 투자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가면 단지 해외 주식 투자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젊은 분들이 ‘쿨하다’면서 해외투자를 많이 하는데 유행처럼 번지는 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남들 따라 별 생각 없이 해외 주식에 투자를 해 환율 급등을 부추긴다고 해석되는 발언이다.

당장 서학개미 커뮤니티는 들끓었다. 한 30대 직장인은 “집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미국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을 유일한 자산 증식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데 이런 사정도 모르고 중앙은행 총재가 너무 쉽게 말을 한다”고 비판했다. 매달 30만 원씩 미국 주식에 투자한다는 한 20대 대학생은 “평생 모아도 집 한 채 못 사는 2030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노력을 조롱한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환율 급등에 대해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도 비난을 받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 방어를 위해 해외 주식 투자에 대한 추가 과세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세금을 더 매기면 미국 주식 투자 수요가 줄어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발상에서 나온 말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사는 것은 ‘멋져 보여서’가 아니라 미국 기업의 성장성에 대한 믿음이 크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박스권에 머물던 국내 주식과 달리 미국 주식은 지속적인 혁신 기업 상장을 통해 꾸준히 우상향하며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줬다. 이에 국내 주식과 달리 매매 차익에 22%의 세금이 붙는데도 자산 증식 수단으로 선택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식의 펀더멘털 매력이 떨어지는 본질적인 문제를 제쳐두고 해외투자 행태 자체를 비난하고 환율 급등의 주범으로 모는 것은 비판받을 만하다.

한 외환 전문가는 “환율이 오르기 전에는 서학개미들 덕분에 순대외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이 늘어 오히려 외환 안전판이 확대된다는 분석도 나왔는데 이제 와서 환율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니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억울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이 다양한 글로벌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고위 경제 관료나 외환 당국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서학개미 외 기업들의 달러 보유,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가들의 해외투자, 강달러 추세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한 결과다. 그런데도 유독 서학개미에 화살을 돌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해외 주식 투자를 국내 증시의 한계를 보여주는 ‘결과’이자 자산 증식을 위한 ‘생존’의 한 방법으로 봐야지 환율을 높이는 ‘주범’으로만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고위 당국자들이 이 점을 인지하며 환율 문제를 바라보고 발언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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