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그나칩이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중국 업체가 회사 개발 인력들을 흡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매그나칩은 국가핵심기술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DDI를 만들던 곳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업체인 구딕스테크놀로지가 최근 청산된 매그나칩믹스드시그널 DDI 인력들을 접촉,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팀 단위 영입을 추진 중이며, 매그나칩믹스드시그널 소속 140여명 인력 중 설계를 비롯한 DDI 핵심 기술자 40여명이 대상이다. 중국 업체는 채용한 인력들을 경기도 수원과 충북 청주, 두 곳 거점에 배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업계가 매그나칩 DDI 인력을 수용하지 못하는 상태라 다수 인력이 구딕스와 접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딕스는 매그나칩 인력은 물론, 또 다른 국내 DDI 인력을 추가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매그나칩은 옛 하이닉스반도체 시스템IC사업부가 전신으로, 2007년 OLED 스마트폰용 DDI를 양산한 업체다. 한때 DDI 시장 선두 업체였고 뉴욕 거래소에도 상장했으나 최대주주가 중국 매각을 시도하다가 미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고, 기술 유출 우려가 불거지면서 사업에 차질이 빚어 최종 철수까지 이어졌다. 구딕스는 중국 반도체 기업이다. 스마트폰에서 지문을 인식하거나 터치 입력을 구현하는 칩(IC)을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구딕스가 매그나칩 DDI 개발 인력 영입에 나선 건 신사업으로 DDI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출하량 기준 세계 모바일 OLED DDI 5위 업체 '뷰트릭스'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불발됐고, 이후 매그나칩 인력 흡수를 통해 DDI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매그나칩 인력 흡수는 구딕스에 절호의 기회다. 청산 전 법인 인수를 추진했다면 한국·미국 등 각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인수 실패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채용은 제한이 없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또 마침 매그나칩이 사업을 청산, 경험 많은 개발 인력이 시장에 나왔다.
인력 스카우트로 우려되는 건 중국의 기술 추격이다. OLED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서다. OLED 성능을 좌우하는 DDI도 국가핵심기술에 포함돼 있다. 매그나칩 사업 철수에 따른 인력 이동이 국내 산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지 우려된다.
DDI 시장은 현재 한국 삼성전자·LX세미콘, 대만 노바텍·하이맥스 등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 주요 업체는 아이티에이치·치폰·뷰트릭스 등이다. 구딕스가 DDI 시장에 진출할 경우 기존 고객사인 오포·비보·아너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에도 공급을 추진할 전망이다.
구딕스 본사는 인력 영입 및 DDI 사업과 관련한 본지 질문에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