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초대 금융당국 투톱을 속속 임명한 가운데 금융위원회의 해체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신설안을 포함한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을 최종 조율했다. 새 정부의 금융팀 진용 갖춰지고 조직개편 장기화에 따른 수장 공백 우려가 불식되면서 하반기 금융 공공기관의 인사 태풍이 예고된다.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선 올해 신한과 우리금융이, 내년엔 KB금융 수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사 CEO 선임은 이사회 권한이지만, 정권 교체마다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만큼, 금융권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본지는 총 8회에 걸쳐 CEO의 임기중 성과와 연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5조782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서 최초로 연간 순이익 '5조 클럽'에 입성했다. 전년(4조5948억원)보다 10.5%(4834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는 양종희 회장 취임 1년 만의 성과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환경 속에서도 비은행 부문의 이해도가 높은 양 회장의 경영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를 모두 거친 그룹 내 대표적 재무통으로 알려진 양 회장은 취임 후 줄곧 은행과 비은행 간 시너지를 강조해왔다. 양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계열사별 성장전략을 재정비함으로써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 강화는 5조 클럽 입성이라는 뚜렷한 경영성과로 이어졌으며, KB금융의 계열사별 순이익 기여도에서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을 40%로 끌어올렸다. 이는 전년 33%에서 7%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올해 상반기엔 작년 동기 대비 23.8% 증가한 3조43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실적을 써냄과 동시에 '리딩금융' 타이틀도 수성했다. 이번 성적표 역시 상반기 금리하락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에도 비이자이익이 확대되면서 호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양 회장은 그룹 성장에 머물지 않고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을 늘리면서 KB금융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노력을 이끈 일등공신으로도 평가받는다.
KB금융은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전부터 업계에선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실시하고, 배당총액 기준의 분기 균등배당 제도를 도입했다. KB금융의 주주환원율은 2023년 38.0%에서 2024년 39.8%를 기록했고, 올해 53%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초 국내 불안한 정치 환경 속에 금리와 환율 등 변동성이 확대되자 양 회장은 해외투자자에게 "주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을 깊이 공감하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밸류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담은 서한을 보냈다.
이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KB금융은 지난 5월 '밸류업 우수기업 경제부총리상'을 수상했다.
취임 3년 차, 임기의 반환점을 지난 양 회장은 '리딩금융'의 위상을 확고히 굳히기 위해 '효율경영'과 '혁신성장' 두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사업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객 자산관리와 밸류업 계획 이행, 자산 건전성 관리 등 세 가지 측면에서 흔들림 없는 성과를 창출할 방침이다.
다만 그룹의 '내부통제' 강화는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1일 부동산 대출 관련 외부인에 의한 사기 등으로 약 26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2023년 9월이지만, 사고가 발생한 지 약 2년이 지나서야 해당 사건을 인지했다.
금융당국의 금융권을 향한 내부통제 강화 압박에도 은행의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은행 자체 내부 자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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