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함께 이 봄을!

2025-04-15

호주에서 돌아오니 속초 집 앞엔 벚꽃이 만발했다. 설악동 벚나무 길은 꽃대궐이다. 여독이 풀리기도 전이지만 이미 온실 작업과 정원 작업이 시작된 강릉 산골로 출퇴근을 시작했다. 3년 전 정원 만들기를 마쳤고, 지금은 보충해야 할 온실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때도 딱 벚꽃이 만발할 무렵 이 길을 오갔는데, 3년 후에도 같은 시기에 작업이 진행됐다. 정원엔 3년 전 심은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고, 아로니아의 잎이 싹을 틔우고, 튤립·수선화·카마시아의 잎이 키를 올리는 중이었다.

하버드 대학 생태학 교수인 위노나 라부케는 캐나다 원주민들 언어에는 6계절의 이름이 있다고 알려준다. 이 이름은 모두 대지의 현상을 담고 있는 게 특징이다. 지그완(Ziigwan·봄), 미누카민(Minookamin·착한 대지가 깨어나는 때), 니비르(Niibir·여름), 타그와진(Tagwaagin·낙엽이 떨어지는 때), 피지-피분(Piiji-piboon·땅이 겨울로 들어가는 때), 피분(Piboon·겨울). 이 원주민의 용어를 빌려오면 지금의 때는 ‘착한 대지가 깨어나는 때’다.

벚꽃이 피었다는 건 단순히 꽃이 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벌·나비가 깨어나고, 식물의 뿌리가 부풀어서 물을 끌어올려 달달한 수액을 만들고, 새들이 고목에 집을 지어 새끼 낳을 준비를 하고, 다람쥐가 땅을 파고, 지렁이가 꿈틀거리며 땅을 일구는 때가 왔다는 뜻이다. 자연은 촘촘히 짜인 그물처럼 모든 것들이 보이지 않는 수많은 끈으로 연결이 된 현상이다.

미국의 시인 로스 게이는 이런 말을 했다. “조금은 덜 폭력적으로, 덜 가혹하게, 함께 공유하고, 협업하고, 쉼터를 서로에게 제공하고, 참아주고, 그리고 서로에게 감사하는 자연의 원리에 귀를 기울여라.”

힘겨운 겨울을 보낸 우리다. 이 봄, 자연의 소중한 이 원리를 우리도 함께 지켜가 보기를 기원한다.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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