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일기] 일상

2025-03-06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새 학기가 돌아왔다. 첫째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등교하기 전날엔 다시 학교 가는 것이 기대된다며, 어떤 친구들이 있을까? 새로운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고민을 말하는 딸이 새롭게 느껴졌다. 학교에 늦지 않게 꼭 7시 30분까지 깨워달라고, 알람까지 직접 맞춰 자는 딸을 보며, 나 또한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고 싶어 했던 마음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1년 전 아내와 나는 새로운 공간에 들어가는 딸이 걱정되기도 하고 우려도 많았지만, 지금은 테이블에 앉아 새로운 담임선생님께 보내는 첫째의 여러 가지 정보를 적는 안내문을 적으며, 걱정보다는 익숙해지는 느낌이라 신기한 경험이었다.

첫째뿐만 아니라 우리 집에 제일 큰 변화는 둘째가 어린이집에 가기로 결정된 것이다. 부모와의 소통은 전혀 어려운 것이 없지만 12월생이라 같은 나이 친구들에 비해 여러 가지가 느려 첫째를 키워본 부모지만 여전히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우리 부부의 육아 방식에 따라 최대한 집에서 육아하는 편이라 주위에 친구들보다 어린이집에 늦게 가는 게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여러 가지 걱정이 되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새 가방과 어린이집 옷, 여러 가지 서류를 챙기며, 이제 둘째도 부모하고만 맺어온 관계를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관계를 맞이하는구나, 첫째를 키워본 부모 입장에서도 여전히 신기한 경험이고, 기대되는 경험인 것 같다. 조그마한 눈으로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받아들이는 여러 정보를 통해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며 행동할지 기대된다. 물론 부모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이들은 자라겠지만 둘째도 첫째와 마찬가지로 학습이 우선되기보다 바른 사람이 되길 소망하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고, 다시 새로운 일상을 지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 부부도 그 환경에 맞춰 다시 정리를 시작했다. 육아만 전적으로 맡아서 하던 아내는 이제 내가 현재 하는 일을 같이하게 돼 디자인전공을 살리기로 했다. 혼자서 하던 일에 부부가 함께하는 것이 겉으로 보기엔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가 부딪히며 지내게 되리라는 건 자명한 일이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 부부의 연을 맺으며 살아갈 때 좋은 점도 많지만 작은 부분부터 맞춰나가며 작고 크게 다투게 될 때가 있듯이,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혼자서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결정하던 데서 함께 논의하고 고민하며 결정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게다가 내 약한 부분인 디자인적인 감성에 대한 견해가 더해질 테니 어쩌면 지루하게 이어지던 내 일상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혼자 제작작업을 하다 보면 가끔 슬럼프가 오게 될 때가 있는데 아내가 같이 일하게 된다면 적어도 그런 걱정이 파고들 시간은 없을 거라 장담한다.

올해부터 두 아이뿐만 아니라 나와 아내의 생활환경이 바뀐다. 올해를 출발점으로 부모로서뿐 아니라 가장으로서 역할을 꾸준히 성장시켜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류민수 펜을 든 아빠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