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가 불러낸 '딥 스테이트'와 '단일 행정부'는 무엇[BOOK]

2025-08-29

두 유령

스티븐 스코로넥, 존 디어본, 데스먼드 킹 지음

박동열 옮김

이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취임하면서 ‘딥 스테이트(deep state, 심층 국가) 음모론’과 ‘단일 행정부(unitary executive) 이론’이라는 쌍둥이 유령을 소환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저항하는 딥 스테이트의 조직적인 방해로 행정권을 제대로 집행할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과 행정부가 한 몸이 되는 단일 행정부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딥 스테이트는 원래 튀르키예나 이집트 같은 나라에서 군부가 정치 지도자를 감시하고 정치활동을 제약하는 권력 구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트럼프는 이를 확대해석해 정당하게 선출된 지도자가 정치적 우선순위를 추구할 수 없게 막는 세력에 딥 스테이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단단히 자리 잡은 관료 집단과 그 집단을 지원하는 폭넓은 네트워크가 딥 스테이트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강력한 지도자가 국가를 장악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단일 행정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우려할 정도다. 하지만 권력 분립, 균형과 견제를 중시한 오랜 민주주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선 대통령이 행정부를 완전히 장악하는 것은 드문 현상이었다. 대선 후보 중심의 정치적 동원이 권장되기 시작한 1960년대 말에 와서야 단일 행정부론이 서서히 제기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거의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대통령직과 행정부를 사유화해 나갔다. 2기 집권기인 지금도 내부 딥 스테이트를 상대로 전방위 공격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가 신봉한 ‘단일 행정부’ 체계도 강력히 추진 중이다.

세계적인 대통령학 권위자들로 각각 미국 예일대 교수, 밴더빌트대 교수,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인 세 저자는 이런 점에 착안해서 『두 유령』이란 책을 펴냈다. 이 책에는 ‘딥 스테이트와 단일 행정부에 포위된 공화국’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단일 행정부 이론의 핵심 기반은 ‘행정권은 미합중국 대통령에게 속한다’는 미국 헌법 2조 1항 ‘권한 부여 조항’. 트럼프 같은 원본주의자들은 이 문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대통령이 모든 행정권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 헌법 제정자들은 ‘탈정치화된 대통령’을 지향했다. 미국 대선이 단순 다득표자를 선출하는 직선제가 아니라 선거인단을 통한 간선제라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중적 리더십을 견제해서 대통령을 국가적 이익과 성실한 법 집행 의무에 묶어 두려는 목적이었다.

미국은 그동안 헌법의 틀 안에서 파당적 분열을 봉합하고 행정부 부처 간 협력을 증진하는 제도적 혁신을 통해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해 왔다. 트럼프 시대에야 어렵겠지만 저자들은 미국이 21세기에도 적합한 대안을 찾기를 기대한다.

역설적으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부르짖는 트럼프 입장에선 ‘제왕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한국의 대통령제 민주정이 부러울 수도 있겠다. 동맹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과 관세·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속성을 제대로 알려면 『두 유령』을 정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