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 'Mr. 공무원' 신화 무너졌다

2025-08-29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9일 내란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노무현(333일), 윤석열 정부(1077일)에서 국무총리를 두 번이자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라는 ‘Mr. 공무원’ 신화가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가담·방조한 혐의로 무너졌다.

재학 중 행시 합격, 참여정부 마지막 국무총리

한 전 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이던 1970년 22세 나이로 행정고시 8회에 합격한 뒤 정통 경제통상 관료로 승승장구했다. 관세청과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를 두루 거쳤다. 1998년엔 김대중 대통령이 신설한 통상교섭본부 본부장(장관급)에 발탁됐다. 당시 나이 49세였다. 이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경제수석을 역임했다.

그 시절 한 전 총리는 ‘바른생활맨’으로 통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부터 조간신문을 읽으며 현안을 파악했다고 한다. 회의 전 사무관이 “자료 정리해 드리겠다”고 하면 “이미 머릿속에 있는데요”라 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노무현 정부 들어 한 전 총리는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장관을 지냈다. 그러다 2007년 4월 마지막 국무총리에 임명됐다. 당시 국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말 지지율 추락과 여당인 열린우리당 집단 탈당 사태로 여소야대였지만 한 전 총리 임명동의안은 77.8% 찬성률로 통과됐다. 노 전 대통령은 한 전 총리를 “참 양종(良種)”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타고난 품성이 우수하다는 뜻이었다.

역대 최장수 총리…대권에도 도전

한 전 총리는 정권이 바뀐 뒤에도 2009년 2월 이명박 정부의 주미대사로 발탁됐다. 민주당은 이를 변절로 봤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 전 총리를 서울시장 후보로 낙점해, 출마하기로 합의까지 봤는데 한 전 총리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가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자 ‘배신자’란 비난은 더 거세졌다.

이에 한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가 타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발효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대사직을 수락했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미 의회는 한·미 FTA가 한국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며 비준을 거부하고 있었다. 한 전 총리는 2009년 2월 주미대사 부임 후 32개월간 미 하원의원 과반인 245명을 488회 만나 설득해 결국 2011년 10월 미 의회 비준을 이뤘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당신이 FTA를 통과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라 격려했다는 일화가 아직 회자된다.

이후 2012년 2월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맡아 10년간 공직을 떠났다가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공직에 복귀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으로 윤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자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가 12월 27일 민주당에 탄핵 소추돼 올해 3월 24일 헌법재판소 기각 결정으로 넉 달 만에 복귀했다.

한 전 총리는 헌법재판소가 4월 4일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한 뒤 친윤계 정치인과 반탄 지지 세력으로부터 대권 주자로 거론됐다. 일각에선 한 전 총리가 당시 무리하게 대선 출마해 국민의힘 ‘쌍권 지도부’(권영세·권성동) 날치기 후보 교체 시도에 합류한 것이 2차 내란 세력 수사를 막을 목적이란 분석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추락을 앞당겼다는 평가도 있다. 그는 5월 1일 권한대행을 사퇴하고 이튿날 무소속 후보로 등록한 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자 5월 10일 새벽 3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기습 등록했다. 국민의힘 비대위 주도로 당 경선에서 선출된 김 후보의 후보 자격을 박탈한 뒤 기습 공고에 응한 것이다. 하지만 전(全) 당원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변경이 부결되자 출마를 포기했다.

정당사 유례없는 대선 후보 교체 시도에 한 전 총리 대선 출마가 내란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을 구명하고 정치권에 복귀시키려는 계획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세 차례에 걸쳐 한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뒤 지난 24일 내란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6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법원은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특검팀은 29일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 질서를 유린할 것을 알면서도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한 전 총리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