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인공지능(AI)을 가장 많이 도입한 국내 금융 업종은 은행과 보험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는 도입률이 높았지만, AI를 쓰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곳이 뚜렷이 나눠지는 경향이 컸다. 자산운용 및 신탁사는 AI를 활용하는 곳이 전체의 5%대에 그쳐 수요가 미미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연구원은 '2024년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전망'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 이런 내용의 첫 금융 AI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서 은행은 국내 21곳 중 8곳(38.1%)이 AI를 활용한다고 밝혀 도입 비율이 전 업종 중 가장 높았다.
보험사도 25곳 중 6곳이 AI를 쓴다고 답해 도입률이 24%에 달했다.
AI를 활용하지 않은 은행, 보험사에 향후 AI 도입 방침을 물은 결과를 보면 '그럴 계획이 없다'고 답한 경우가 매우 적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은행의 경우 13곳 중 1곳이었고 보험사는 19곳 중 5곳에 그쳤다.
반면 향후 도입계획에 관해 '중립'이나 '긍정'이라고 밝힌 곳은 은행 12곳, 보험사 14곳에 달했다.
업종 전반적으로 도입 의지가 큰 만큼 은행, 보험에서 금융 AI가 널리 확산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증권사(선물 업종 포함)는 17곳 중 4곳이 AI를 써 도입률이 23.5%로 보험과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미도입사 13개사 중 '향후 AI 도입 계획이 없다'는 답은 7곳에 달했고, 반대로 긍정 답변은 한 곳도 없었다.
즉 AI 수요에 대한 견해가 증권사마다 차이가 컸다.
자산운용 및 신탁사의 경우 AI 도입률은 5.5%(146곳 중 8곳)에 불과했다. 미도입사 138곳 중 AI 도입 계획이 없다고 한 곳은 90곳이었다.
그 외 금융 업종의 AI 도입률은 여신전문(8.6%), 상호저축(1.4%), 신협(0.8%)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금융 업종별로 AI 도입률이 들쭉날쭉한 이유는 현재 금융 AI의 주요 사용 분야가 '고객 서비스'와 '리스크 관리'에 쏠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생성 AI(사람처럼 콘텐츠를 만드는 AI) 등 주요 AI의 적용 효과가 가장 잘 입증된 업무로는 챗봇 기반의 고객 응대, 소비자 보호, 약관 설명, 대출 위험도 관리, 손해사정 등이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고객 대응·관리가 필수인 은행, 보험 분야가 먼저 AI 도입이 늘고 있다는 것이 많은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반면 운용사 등의 투자 업무는 AI 활용 열기가 아직 낮다.
오류를 꺼리는 운용사의 보수적 문화가 신기술 도입과 잘 맞지 않는 데다, 소수 고급 인력이 해오던 투자 결정 업무를 AI로 자동화할 필요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검증된 AI 투자 방법론이 아직 없어 현재까지의 AI 도입은 당장의 수요보다는 미래 주도권을 노린 선제적 성격이 훨씬 강하다"고 평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노성호 연구위원도 "투자 판단 AI는 성능이 잘 나오더라도 내부통제나 책임 소재 등 기술 외적 이슈가 난관으로 작용한다. 향후 AI 발전과 업계 환경 변화 두 요인을 모두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사는 일반 고객을 상대하는 소매 영업과 투자은행(IB) 같은 전문 투자 부문이 뒤섞여 있고, 각 사가 이 두 영역의 비율과 중점 분야가 다르다.
증권사마다 AI 수요가 천차만별인 것은 이런 다양한 사업 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팀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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