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 〈204〉저성장 극복: 다양성과 포용성을 통한 기술혁신

2025-01-08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부진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7%에 불과하다. 정부의 올해 전망치인 1.8%와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의 전망치인 1.9%도 모두 2% 이하로, 저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2024년에 우리나라의 수출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음에도 내수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따른 불확실한 국제환경과 국내 정치적 불안정은 전반적인 생산과 소비, 그리고 투자의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2025년 한해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거쳐 세계 10위 경제대국에 오른 우리나라는 국내 경제성장률이 장기적으로 둔화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고 있다.

이미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과거처럼 급속한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여전히 필요하다. 한국의 저성장은 복합적인 문제의 결과인데,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공로로 수출이 견인되고 있지만, 첨단산업 중심의 균형 잡힌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 및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비율이 높음에도 산업 전반의 기술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과거의 급속한 성장과 비교할 때, 한국사회는 현재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노동력 감소와 소비위축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원과 시장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적 자원을 활용한 기술혁신이 지속 성장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인적자원을 포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성은 혁신의 주요 요소로 인정받고 있다. 다양한 성별, 문화 및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의 협력은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다양한 해결책으로 이어져 기술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작년 8월 발표된 네이처 기사에서는 한국의 정부 연구 책임자 중 여성비율이 17%에 불과하며, 연구비 배분에서도 남성의 40%에 불과하다는 것을 언급하며 한국 연구계의 다양성 확보를 강조했다. 인적자원의 부족이 심화되고 우수한 인재영입이 요구될수록 다양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기술혁신에 있어 포용성은 기술혁신 주체의 창의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포용적 정책은 연구자에게 자율성과 책임감을 부여하며 전반적인 혁신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다양성과 포용성은 기술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데 중요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환경에서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제품을 현지화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은 각기 다른 문화와 소비자 행동을 이해하고 반영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다양성과 포용적 기술혁신은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필수 요소다. 정부는 다양한 제도를 통해 인재의 접근성을 높이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협력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결국 국가의 기술혁신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통한 기술혁신은 혁신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대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며, 공적인 영역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성과 포용성이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한국이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인적 자원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모여 창출하는 기술혁신은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할 것이다.

박지영 경제사회연구원 원장·서울대 객원교수 jyp2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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