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도 이런 성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FDI는 345억7000만 달러(약 50조원)로 2023년(327억1000만 달러)에 이어 또 한 번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7% 성장했다. 2020년(207억5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1.7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투자 국가별로는 일본이 61억2000만 달러(전년 대비 375.6% 성장), 중국이 57억9000만 달러(266.1%)를 각각 기록하며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브리핑에서 “반도체ㆍ바이오ㆍ첨단소재 등 국내 제조업 기반을 튼실히 하는 투자가 많고, 공장 등을 신ㆍ증설하는 그린필드 투자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린필드 투자는 지난해 267억 달러(13.5%)로 크게 늘었는데,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경총이 ‘FDI가 우리나라 고용에 미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유치한 FDI가 30만 명의 고용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는 “그린필드형 FDI가 실업률 해소에 결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FDI 성장을 예상한다. 정 본부장은 “일본 기업은 일본 내에서 생산하던 소재나 제품을 한국에서 제조해 수출하는 식의 구조를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중국 기업은 미ㆍ중 갈등에 따른 우회 통로로 FTA(자유무역협정) 공급망을 갖춘 국내 투자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데 우리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변수가 많다. 수출과 투자 모두 ▶트럼프 2기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미ㆍ중 갈등 심화 ▶중국 공급 과잉 등 환경이 녹록지 않다. 탄핵 정국 등 국내 정치 불안이 미칠 영향에 대해 정 본부장은 “수출과 투자에 가시적인 영향을 준 사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큰 흐름으로 볼 때 문제 해결 단계로 접어들었고, 환율도 하향 조정(원화 가치 상승)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수출과 관련해 정 본부장은 “국내외 변수가 많지만, 전 세계로 수요 견인 효과가 있고, 지난해 해외 플랜트 수주에서 9년 만에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부분도 수출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7000억 달러 이상을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산업부 발표를 보면 지난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8.2% 증가한 6838억 달러(약 993조원)로 기존 최고액인 2022년 6836억 달러를 넘어섰다. 일평균 수출액도 역대 최대치인 25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 역시 흑자(518억 달러)를 나타냈다.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정부가 목표했던 7000억 달러엔 도달하지 못했다.
정 본부장은 “세계 주요 수출 시장에서 대부분 증가세를 보였고, 품목 분포 역시 양호했다”며“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 모두 수출액이 많았고, 글로벌사우스(아프리카ㆍ남미ㆍ중앙아시아) 지역도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대중(對中) 수출의 경우 3대 품목인 반도체(459억 달러)ㆍ석유화학(174억 달러)ㆍ무선통신기기(78억 달러) 수출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6.9% 성장한 1330억 달러를 기록했다. 대미(對美) 수출 역시 7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1278억 달러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