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과학 분야에 예산 삭감 집중
대형 발사체 ‘SLS’도 폐기 수순
인간 진출 염두에 둔 화성 연구 증액

전년보다 무려 24% 줄어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예산안을 받아든 미 과학계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한 해 삭감 폭으로는 NASA 역사상 최대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우주 리더십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온다.
3일(현지시간) 미국 과학계에 따르면 전날 백악관이 공개한 연방정부의 2026회계연도(2025년 10월1일~2026년 9월30일) 예산안과 관련해 현지 우주 학술단체에서 강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NASA에 배정된 예산 때문이다. NASA에는 188억달러(약 26조3000억원)가 책정됐는데, 전년(248억달러·약 34조7000억원)보다 무려 24% 줄어든 규모다.
미국의 저명한 천문학자이며 과학 대중화 운동가인 칼 세이건 박사가 1980년 설립한 학술단체인 ‘행성협회’는 예산안 공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우주과학과 탐사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에 역사적인 후퇴를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해 만에 NASA 예산이 이렇게 크게 줄어든 일은 없었다”고 성토했다. 행성협회는 “(예산안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의회가 이 파괴적인 제안을 거부해야 한다”며 “초당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ASA 예산 삭감은 순수과학에 가까운 분야에 집중됐다. 우주 연구에서 23억달러(약 3조2000억원), 지구 연구에서는 12억달러(약 1조6800억원)가 깎였다. 지구 밖 천체에서 무인 우주선으로 암석을 가져오거나 기후변화에 대응할 방법을 찾는 연구가 포함됐다.
미국 천문학회(AAS)는 성명을 발표하고 “강력하고 지속적인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이 없다면 미국은 최소한 한 세대의 인재를 잃게 될 것”이라며 “기초과학에 대한 역사적인 투자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NASA 예산안은 인류의 달 재착륙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에도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첫 발사한 대형 로켓인 ‘우주발사시스템(SLS)’을 앞으로 두 번 더 쏜 뒤 폐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SLS는 동체 안에 유인 우주선을 실어 달로 보내는 임무를 맡는다.
폐기 이유는 ‘돈’이다. SLS를 한 번 쏘는 데 무려 40억달러(약 5조6000억원)가 든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발사체다. NASA는 “더 효율적인 차세대 상용 시스템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더 낮은 가격으로 우주비행사를 달에 데려다 줄 민간 로켓을 찾겠다는 의미다.
예산 삭감의 칼바람 속에서도 화성에 대한 인간 진출을 염두에 둔 연구에 전년보다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가 더 투입되는 점은 눈에 띈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이며, 정부효율부 수장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의 입장이 고려됐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그는 화성에 대한 인류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