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드 우주연구소 임차 계약 돌연 해지
원격 근무 대체…예산 삭감 여파 시각

미국 항공우주국(NASA) 내에서 지구과학과 기후변화 탐구를 담당하는 ‘고다드 우주연구소(GISS)’ 과학자들이 이달 말 자신들의 연구 공간에서 돌연 쫓겨난다. 연구소 건물의 임차 계약 기간이 갑자기 단축됐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연방정부 예산 삭감 압력이 영향을 줬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최근 CNN과 스페이스뉴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메이켄지 리스트럽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장은 지난달 24일 센터 소속 직원들에게 e메일을 발송하고 “GISS 연구 공간에 대한 임차 계약이 5월31일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는 GISS 운영을 관리하는 상위 기관이다.
GISS는 NASA 내에서 지구과학 연구를 주도한다. 특히 기후변화 강도와 방향을 예측해 대응 방안을 산출하는 역할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소속 인원은 130여명이다.
연구소 건물 임차 계약은 2031년 8월에나 종료될 예정이었다. 6년 넘게 남은 계약이 갑자기 끝난 것이다. 뉴욕시에 있는 GISS 건물은 컬럼비아대가 임대하고 있는 7층짜리 빌딩이다. 총 4000㎡를 GISS가 사용한다. 연간 임차료는 303만달러(약 43억원)다. GISS는 해당 건물을 1960년대부터 쓰고 있었다.
이번 임차 계약 중단은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정부 예산 삭감 압박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정부효율부 수장인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들어 연방정부 기관의 인력과 지출을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전개해왔다.
스페이스뉴스는 “리스트럽 센터장은 이번 계약 조기 종료를 주도한 것이 NASA인지, 정부효율부인지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조치가 모든 정부 임대차에 대한 현 정부의 지속적인 검토와 관련 있다는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현지 과학계에서는 GISS가 트럼프 행정부 차원의 예산 삭감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미국 언론에서는 2026회계연도(2025년 10월1일~2026년 9월30일) NASA 전체 예산이 전년보다 20% 줄어들고, 특히 과학 연구 예산 규모가 반토막 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임차 계약이 끝난다고 해도 GISS가 당장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NASA는 “일단 원격 근무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옮겨갈 새 건물이 언제 마련될지는 불투명하다.
현지 과학계에서는 NASA 예산 삭감 여파로 국제우주정거장(ISS) 유지·보수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NASA 홀대’에 대한 비판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