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 동물실험을 줄이고, 비동물 대체 연구기법을 확대하기 위한 조직 '연구 혁신·검증·응용 사무소(ORIVA)'를 신설한다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조치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일부 약물에 대한 동물실험 요건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힌 기조와도 궤를 같이한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미국 NIH, 동물실험 대체를 위한 조직 신설' 보고서를 발표했다.
NIH는 동물실험 결과의 인간 적용 한계성을 지적하며, 해부학, 생리학, 수명 등 차이로 인해 인간 질병에 대한 번역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NIH는 인간 정보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 건강과 질병을 연구할 수 있는 대안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이를 단독으로 또는 동물 모델과 결합해 복제 가능하고 번역 가능하며 효율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ORIVA는 NIH 산하 바이오의학 연구 전반에 걸쳐 비동물 접근법의 활용도를 높이고, 연구의 번역 가능성과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 ORIVA는 비동물 접근법에 대한 자금 지원과 교육을 확대한다. 연구 질문에 대한 적합성, 사용 컨텍스트, 번역 가능성 및 인간 관련성을 기반으로 방법을 평가하는 평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조직 신설에 배정되는 구체적인 예산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바이오 전문매체 피어스 바이오텍(Fierce Biotech)은 NIH가 ORIVA의 운영 시점과 리더십, 예산 규모 등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가 NIH 예산을 기존 470억 달러에서 270억 달러로 40% 가까이 삭감할 계획이라는 유출 문서가 논란을 키우고 있다. NIH는 최근 일부 대학과의 보조금을 중단하고 1000여 명의 직원을 해고한 바 있다.
NIH의 이번 정책에 대해 동물 보호 단체인 'Humane World for Animals' 등은 환영의 뜻을 밝힌 반면, 생물의학연구협회(NABR)는 인공지능(AI)이나 시뮬레이션만으로는 여전히 완전한 생물학 시스템을 대체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NIH의 제이 바타차리아 원장은 “수십 년간 동물 모델에 의존해온 생물의학 연구의 새로운 전환점”이라며 “보다 인간에 기반한 혁신적 연구 생태계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