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동맹’이라더니…“러, 비밀문서엔 중국은 적”

NYT 입수 ‘내부 문건’ 공개

“중, 러 안보에 심각한 위협”

영토 침범 가능성까지 거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 속에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으며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가 내부적으로는 중국을 견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러시아 보안당국 문건이 공개됐다. 러시아는 중국이 간첩 행위와 첩보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2023년 말~2024년 초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8쪽 분량의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문서에 중국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속내가 담겼다고 보도했다. 이 문서는 사이버범죄 단체 ‘아레스 리크스’가 NYT에 넘겼다. NYT는 이 문서가 최종본이 아닌 초안으로 보이며, 6개 서방 정보기관이 이 문서에 관해 “진짜로 보인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문서에서 FSB는 중국을 ‘적’이라고 부르며 “중국이 러시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문건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가 자국 병사와 첩보원을 우크라이나 전장에 몰아둔 틈을 타 대러시아 간첩 행위를 강화했다.

FSB는 중국 정보요원들이 러시아 공무원, 전문가, 언론인, 업계 인사 등을 자국 스파이로 포섭하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 중국이 러시아 정권에 불만이 있는 러시아 과학자를 설득해 ‘민감한 기술’을 손에 넣으려 한 것으로 조사했다.

중국은 무인기(드론) 등 서방 무기와 최신식 전투 등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작전을 감시하기도 했다.

FSB는 중국의 자국 침범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문건에는 일부 중국 학자들이 러시아 영토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러시아 동쪽에서 ‘고대 중국인’의 흔적을 찾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는 방첩 활동을 강화했다. FSB 요원이 중국 측과 사업 협력을 하는 러시아 국민을 만나 “중국이 러시아의 선진 과학연구 결과를 가지려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문건은 전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기 사흘 전 ‘엔텐테-4’라는 이름의 새 방첩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이 프로그램은 사실상 중국 스파이들이 러시아의 이익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NYT는 짚었다.

NYT는 “문서는 양측의 불신과 의심을 드러낸다”며 양국을 ‘불투명한 관계’라고 평가했다. 다만 FSB가 문건에서 “중국의 대러 지원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한 만큼 양국의 협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사회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북한에 이어 중국과도 관계를 밀착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8일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을 내고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군사·경제·문화 등 전방위 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